‘메이웨더 vs 파퀴아오’ 배성재 아나 “복싱계도 '박지성' 나오길” [인터뷰]

입력 2015-04-28 10:00 수정 2015-04-28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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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한 SBS 배성재 아나운서 (SBS)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결이 펼쳐진다. 프로가 된 이후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전설의 무패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Floyd Mayweather Jr. 38. 미국)와 사상 최초로 8개 체급을 석권한 ‘아시아의 복싱 영웅’ 매니 파퀴아오(Manny Pacquiao. 37. 필리핀)가 맞붙는다. 경기는 오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다. SBS는 이 세기의 대결을 독점 생중계한다. 중계를 맡은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두 달 동안 복싱만 보고 있다. 요즘 매일 밤새운다. 펀치드렁크 꿈도 꿨다”며 이번 경기가 가진 중압감을 대변했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를 앞두고 “파퀴아오와 메이웨더는 안 싸울 줄 알았다”고 입을 열었다. 연일 잠을 줄여가며 두 선수의 경기를 분석하고, 복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배성재 아나운서에게도 두 선수의 대결은 꿈의 맞대결이었다.

“침체해 있던 복싱이 두 선수의 맞대결로 관심을 받고 있다. 효도르, 크로캅 선수가 활약하던 UFC 이후 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격투기의 지상파 편성은 애매하다고 한다. 하지만 두 선수의 대결은 다르다. 꾸준히 싸우고 싶다고 말한 파퀴아오에 반해 승산이 없는 싸움은 피한 메이웨더였다. 2012년 파퀴아오가 두 번 연속으로 패한 것이 메이웨더의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국내 팬들은 파퀴아오를 응원하고 있다. 필리핀 빈민가 소년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기까지 그의 드라마 같은 성공 스토리가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아시아 출신 복서라는 점도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더군다나 메이웨더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도발은 성실하고 배려 넘치는 언행의 파퀴아오와 대비되며 ‘악역’ 꼬리표를 안겨줬다.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한 SBS 배성재 아나운서 (SBS)

“메이웨더가 엘리트 집안 출신이라고 하는데 복싱 엘리트였던 건 아니다. 흥청망청 살아온 비호감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훈련량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러닝은 온종일하고, 집에 와서도 도끼로 통나무를 내리치며 훈련한다. 누구보다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노력해온 복서다. 메이웨더의 도발은 돈을 벌기 위한 그의 비즈니스다. 한 경기에 걸린 대전료와 광고료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자신을 꺾고 싶은 사람이 계속 나타나야 하고, 자신이 거꾸러지는 것을 바라는 복싱 팬들도 많다. 그런 것이 다 돈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스스로를 왕이라고 하고 황금으로 만든 옥좌에 앉아서 인터뷰한다. 자신과 싸우려면 조건을 충족하라고 말한다. 도핑 테스트도 올림픽 수준으로 받아야 한다. 욕도 스스럼없이 한다. 80년대 낭만주의 복서였다면 메이웨더의 행동이 지금처럼 인기를 모으진 못했을 것이다. 실력이 뒷받침되어 가능한 일이다. 무패 복서, 심지어 다운도 안 당하는 메이웨더의 스타일은 현대 복싱에서 그야말로 최강이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이어 “사람들이 나를 ‘금수저’라고 얘기한다. 파퀴아오는 생존을 위해 싸우고, 난 모든 걸 다 물려받았다고 말한다. 아버지, 삼촌에게 복싱을 배워 챔피언이 쉽게 됐다고 생각하겠지만 천재라고 부르지 마라. 난 어마어마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다. 파퀴아오와 다른 점은 필리핀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라고 메이웨더의 말하는 스타일을 소개했다.

중계하는 입장에서도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상반된 이미지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처럼 중립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파퀴아오가 걸어온 길을 보면 그를 미워할 수가 없다. 개천에서 용 난 성공 코드가 우리 정서와 잘 맞다. 아시아인이라는 점이 더 감정이입하게 한다. 메이웨더의 팬은 있어도 메이웨더를 편드는 사람은 못 봤다.”

(SBS)

승자는 누굴까. 2억5000만 달러(한화 약 2700억원)에 달하는 대전료도 승리의 달콤함을 대신할 수 없다. 승자는 역사가 기억하는 사상 최고의 선수로 등극할 것이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경기를 예상했다.

“공이 ‘땡’ 울리면 파퀴아오는 저돌적으로 돌진할 것이고, 메이웨더는 들어오길 기다리면서 카운터펀치를 노릴 것이다. 메이웨더는 로프를 이용해 상대를 약 올린다. 복싱의 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수비적인 복싱을 한다. ‘저게 무슨 세계 최강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지지 않는 복서,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복서다. 슬로우 모션으로 보지 않으면 메이웨더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파퀴아오는 양손을 올리고 가드를 견고히 하지만 메이웨더는 ‘숄더 롤’ 기술을 사용한다. 왼쪽 가드를 내리고 어깨가 상대방을 향하게 하는 방식이다. 마치 쿵푸를 하는 것 같다. 상대의 주먹을 피하면서 즐기는 스타일의 복서다. 숄더 롤은 로이 존스 주니어 같은 선수들이 사용한 기술인데 거만해 보이기도 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 메이웨더는 이 기술을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구사한다.”

“가장 좋은 건 10회 정도 누군가가 KO승을 거두는 것”이라고 말한 배성재 아나운서는 “파퀴아오가 1~2라운드 정도 고전하다가 만회하기 위해 3~4라운드 공격적으로 나오고, 10회에 결판이 날 것 같다.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나 체급을 봤을 때 빨리 끝나진 않을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이어 “‘5패’의 전적이 있는 파퀴아오보다 47전 47승의 메이웨더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이 많더라. 마음속으로는 파퀴아오를 응원하면서도 돈을 걸라면 메이웨더의 손을 들더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과거 마이크 타이슨의 경기에 열광했던 복싱계는 20여 년 만에 다시 뜨거워졌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복싱 중계 역시 오랜만이다.

“국내 팬들은 UFC 등 이종격투기에 익숙해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복싱 산업이 활발하다. UFC 대전료는 복싱에 명함도 못 내민다. 복싱은 라스베가스 최고의 볼거리이자 돈 많이 버는 스포츠다. 올림픽 중계도 해봤지만 복싱 중계는 처음이다. 정말 많은 복싱경기를 봤다. 파퀴아오의 다큐 영화도 봤다. 뇌가 녹아버릴 것 같다.(웃음) 심판처럼 펀치를 카운트하면서 경기를 보는데 지금은 많이 틀린다. 그래도 즐겁다. 중계를 하면서 부담을 느낀 적은 없다.”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한 SBS 배성재 아나운서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특유의 재치 있는 어록으로 정평이 나 있다. 월드컵, 프리미어리그, A매치 등 축구 중계에 있어 생동감 넘치는 중계로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메이웨더, 파퀴아오의 경기에서도 배성재 아나운서의 애드리브를 볼 수 있을까.

“에드리브의 원칙은 경기가 끝나면 남지 않아야 한다. 시청자들이 경기보다 제 애드리브에 집중하면 안 된다. 양념일 뿐이다. 양념만 먹으면 맛이 없다. 빅게임은 양념을 잘 안친다. 월드컵 한국 경기에서도 농담 안 했다. 골을 넣거나 결과가 좋아서 여유가 있을 때 재밌는 말을 하지만 원칙적으로 중요한 경기에서는 애드리브를 하지 않는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는 양념을 칠 겨를이 없을 것이다.”

배성재 아나운서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중계를 앞두고 희망을 전했다. 다시 한 번 국내 스포츠계에 복싱 붐이 일었으면 하는 바람과 우리 선수들이 세계적인 복싱 선수가 되어 라스베가스 무대에 서는 바람이 그것이었다.

“아시아 선수가 복싱으로 세계적 수준에 오르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파퀴아오는 정말 대단하다. 만화에서도 8체급 석권은 말이 안 된다. 그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필리핀에서 내전도 멈춘다고 한다. 이번 대전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복싱 붐이 다시 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선수가 복싱의 성지인 라스베가스에서 빅매치를 가지는 것은 스포츠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로서 꿈이다. 박지성, 손흥민, 기성용 선수의 경기를 중계하는 것도 축복인데 복싱에서도 그런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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