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개발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가뭄이 장기화하는 캘리포니아에서 물 뿐만 아니라 개발용지 역시 희박해지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현지의 대형 IT 기업이 부속 건물을 지으려하면 도로 정체와 인프라 문제를 이유로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힌다.
현지 도시계획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SPUR의 가브리엘 멧캘프 최고책임자는 “경제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지역 커뮤니티는 그에 걸맞는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운틴뷰의 경우, 예전 화웨 단지와 과수원 자리에 현재 구글 본사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월 링크트인과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가 570만평방피트의 사무실 용지 개발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시청 관계자는 220만평방피트 정도면 가능하지만 이 이상의 규모는 주변의 사회 인프라 정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시의 지역개발부 책임자인 랜디 츠다 씨는 “통근 차량이 너무 많아 지역 주민에게 막대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거주자들이 생활 편의를 일부 희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실리콘밸리는 교통 체증과 교통 수단 확보에 고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벤처 캐피털과 벤처 기업이 밀집해 있는 실리콘밸리 북쪽 끝에 있는 팔로알토 시 역시 IT 기업과 지역 주민과의 갈등은 마찬가지다. 팔로알토 시청은 지난 3월 하순 3개 주요 상업지역의 1년간 신규 오피스 개발 상한을 5만평방피트로 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이 조치에 현지의 IT 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휴렛팩커드(HP)는 시청에 서한을 보내 “그 같은 규제가 있었다면 우리 같은 회사가 현재의 규모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통근자들 때문에 도로 정체와 주차난을 호소하고 있다.
애플의 본사가 있는 쿠퍼티노 시와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오피스 개발이 연간 상한인 87만5000평방피트에 근접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IT 기업들과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개발에 따른 추가적인 불편을 보상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이나 링크트인은 마운틴뷰에 공원을 조성하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시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현지의 토지이용 전문 변호사인 티모시 토스타 씨는 “개발은 불가능하지 않고 주민의 생활을 파괴하지도 않는다. 필요한 것은 그 방식을 일부 바꾸는 것”이라며 “그 여지는 충분하다. 지금까지의 생각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인기 지역에서는 사무실 공실률이 떨어지면서 임대료가 급등하고 있다. 부동산 회사 JLL에 따르면 마운틴뷰 시에서는이 올 1분기 공실률이 1.9%까지 떨어졌다. 평방피트(약 0.093㎡)당 임대료는 90.96달러다. 이는 뉴욕 맨해튼 지구와 같은 수준으로, 2011년 말의 2배 수준이다. 팔로알토 시의 임대료는 이보다 더 높은 97.5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