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홍준표 경남지사에 1억원을 건넸다는 의혹과 관련해 돈의 전달자로 지목된 경남기업 전 부사장 윤승모씨가 돈의 조성 단계부터 적극 개입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성 전 회장이 고인이 된 상태에서 의혹을 풀어낼 몇 안 되는 증인으로 여겨지는 윤씨가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미여서 앞으로 수사 추이가 주목된다.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홍 지사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 전반에 걸쳐 윤씨가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최근 성 전 회장 측근들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이 의혹은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한모 전 재무담당 부사장을 시켜 현금 1억원을 마련한 뒤 2011년 6월께 옛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에 나선 홍 지사에게 건넸다는 것이 주 골자다.
이 때 홍 지사 측 캠프에 몸담고 있던 윤씨가 한 전 부사장으로부터 받은 1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홍 지사에게 줬고, 홍 지사는 이튿날 성 전 회장과 통화에서 '감사인사'를 했다는 게 지금껏 정치권에 퍼진 의혹의 내용이다.
윤씨는 이 의혹에서 표면적으로는 돈을 전달한 인물로만 그려져 있다.
이와 관련, 박준호(49·구속)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이용기(43·구속)씨 등 측근 인사들은 검찰 조사에서 "1억원을 마련해 건네고 사후에 확인하는 과정까지 윤씨가 잘 알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씨가 성 전 회장과 함께 홍 지사 측에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착안 단계'부터 긴밀하게 협의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홍 지사는 유력한 당권주자로 꼽혔고 당대표로 선출되면 이듬해 19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여겨지던 상황이었다.
총선 출마를 염두에 뒀던 성 전 회장과 홍 지사 측 캠프 사정에 밝은 윤씨가 '1억원 제공'을 함께 논의했고, 그에 따라 한 전 부사장이 사내 현금성 비자금에서 돈을 마련해 왔을 가능성을 검찰은 따져보고 있다.
윤씨가 사건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검찰의 의혹 규명에도 속도가 붙을 공산이 커진다. 윤씨가 고인인 성 전 회장을 대신해 금품의 조성에서부터 전달까지의 의혹 전반을 진술로 뒷받침할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특별수사팀은 윤씨를 상대로 의혹을 입증할 상당한 단서들을 확보하면 당시 경선 캠프 관계자 등 홍 지사 측 주변인물에 대한 조사를 거쳐 홍 지사를 직접 소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지사의 소환 시점은 다음주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앞서 검찰은 전날 14시간이 넘도록 조사한 경남기업 인사총무팀장 정모 부장을 이날 다시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