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매각 유찰, 박삼구 회장 ‘직접협상’ 길 열렸지만…

입력 2015-04-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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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재입찰’ 결정 땐 장기화 우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입찰에서 탈락하자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업계에서 그동안 거론된 박 회장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호반건설이 적정 수준의 금호산업 응찰가를 제시해 채권단이 이를 수용한 뒤, 박 회장은 5개월 내 인수금을 확보해 우선청구 매수권을 행사하는 것”이었다.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사로 선정되지 않으면서 강력한 경쟁자는 사라졌지만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걸림돌들이 상당수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28일 저녁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 결과에 대해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호반건설을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호반건설이 제시한 입찰가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유에서다.

호반건설은 이날 오후 3시께 금호산업 매각 본입찰에서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 등을 통해 보유하게 된 57.5%(약 1955만주)의 지분에 대한 가격으로 6007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에 대해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앞서 채권단은 금호산업 실사를 통해 “7000억원 이상 가치가 있다”고 결론낸 만큼 호반건설이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론을 펼친 셈이다. 게다가 금호산업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 경영권까지 인수가 가능한 만큼, 매각가가 1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크게 못 미쳤다는 반응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다음달 5일 이후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어 유찰 또는 재입찰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만일 재입찰로 가닥이 잡힐 경우 금호산업 매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재입찰과 유찰 여부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결의를 통해 확정하게 된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매각 주간사와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산업 매각이 사실상 유찰됨에 따라 남은 시나리오는 재입찰을 실시하는 것과 채권단-박 회장의 직접 협상으로 압축된다.

우선 채권단은 다시 공개매각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재매각은 채권단의 ‘투자 대비 수익’ 셈법에는 어긋날 수 있다. 이른 시일 내에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재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지난 2009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이후 졸업하기까지 5년 간 3조원 규모의 출자전환 등 막대한 자금을 투입란 바 있다.

게다가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금호산업에 대한 매력과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보다는 건설경기와 맞물려 실적 개선이 어려운 기업이라는 인식도 팽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입찰 역시 참여의사를 밝혔던 신세계 등 대기업들도 초반에 발을 뺐으며, 사모펀드(PEF) 4곳도 모두 본입찰에 응찰하지 않았다.

더불어 금호산업 재매각이 추진되면 박 회장에게도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이 더 높은 가격에 우선청구매수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매각보다 조금 더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채권단이 박삼구 회장과 직접 협상을 벌이는 것이다.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호반건설 응찰액인 6007억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적정선을 찾아가는 것이다. 이 경우 양측 모두 합의점을 찾으면 수의계약을 맺으며 마무리 지을 수 있다.

박 회장은 재매각 추진보다는 직접 협상을 희망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이고,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주식 100%를 보유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맞물려 있다.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산업 탈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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