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부총리의 금리발언

입력 2015-04-29 10:30 수정 2015-04-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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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연세대 특임교수, 전 국회의원

얼마 전 워싱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금융정책에 변화를 줘야 한다”며 대놓고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반드시 한국이 따라 올려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법으로까지 명문화해서 보장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발언이다. “금리를 세 번이나 낮춘 나라는 많지 않다”,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한은 총재가 작심 발언을 할 만하다.

지금이 금리를 내려야 할 때인가를 따져보기 이전에 부총리가 금리 문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적절한가부터 우선 따져보자. 단연코 적절하지 않다. 오죽하면 부총리가 금리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 두었겠는가? 금리를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행의 독립성은 법으로 보장되어야 할 만큼 중요하다.

본질적으로 정권은 경기부양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돈을 풀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은 일시적인 반짝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물가안정을 해치고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경제체질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해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에 법으로 보장된 독립성은 그 누구도 훼손해서는 안 된다. 특히 권력을 가진 정권은 더더욱 그래야 한다.

다음은 과연 지금 금리를 더 내려야 하는가를 짚어보자. 이미 기준금리는 1.75%로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를 마이너스 상태로 볼 수도 있다. 한은 총재의 항변대로 우리는 이미 금리를 세 번이나 낮췄지만 경제는 부총리 주문대로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초저금리의 부작용만 도처에서 꿈틀대고 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가 되자 전셋집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 때문에 전세 품귀현상으로 전월세 전환속도가 어지러울 정도라 이미 월세비중이 55%를 넘어섰다. 결국 전세품귀와 초저금리 유혹에 내몰려 빚을 내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가계부채는 1100조원을 넘어서 매켄지가 한국을 세계 12대 가계부채 위험국 반열에 올린 지도 오래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완화시켜 보려고 안심전환대출제도를 도입했지만 정작 부실의 위험이 가장 높은 2금융권과 사채시장에 내몰린 고위험군은 아예 제외했다는 점, 1금융권에서도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상환할 수 있는 나름 여유 있는 계층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 때문에 가계부채의 뇌관을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렇게 초저금리의 문제는 극명한데 초저금리를 통해 기대하는 경제 활성화 효과는 요원하다. 왜냐하면 투자가 저조한 근본 이유가 금리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인하가 투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만약 우리 경제의 문제가 단순히 경기변동 과정에서 오는 불황에 불과하다면 금리를 낮추는 통화팽창 정책, 즉 부양책이 답이 될 수 있겠지만 현재 우리 경제의 문제는 그런 위기가 아니라 저성장의 구조가 고착화돼 발생한 구조적 위기이기 때문에 부양책으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저성장으로 고착화돼 버린 이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구조개혁이 급선무다. 구조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백 가지 처방이 무효다.

구조개혁이란 성장측면의 구조개혁만이 아니라 분배측면의 구조개혁과 패키지로 가야 한다. IMF 경제위기 이전에는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8.1% 정도 되면 기업도 가계도 8.1% 내외의 소득성장률을 보였다. 하지만 IMF 이후 10년간 나라 전체 성장률이 4.5%이면, 기업의 소득성장률은 16.4%, 가계의 소득성장률은 2.4%로 전락한 이 엄청난 분배구조의 불균형, 낙수효과의 실종 문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내수침체가 발목을 잡아 경제 활성화 자체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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