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금호산업 인수전 ‘원맨쇼’

입력 2015-04-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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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시장부 차장

“각본, 연출, 연기가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며 시장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혹자는 호남권 기반의 주택건설사 오너로만 알려진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거물급 기업인으로 등장한 사연을 이렇게 말한다. 사실 금호산업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김상열 회장의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은둔의 경영자란 세간의 평가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금호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유력 후보자로 떠오르면서 이야기는 180도 달라졌다. 자고 나니 유명해진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금호산업 인수전 이슈 메이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상의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김 회장은 28일 저녁 채권단이 그가 제시한 6007억원의 입찰가를 받아드리지 않으면서 이번 인수전에서 퇴장했다. 김 회장은 잃을 게 없는 승부수를 던졌다. 금호산업 인수를 통해 전국구 경영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지만, 아쉬움보다는 이만하면 남는 장사가 아니였는지 모른다.

금호산업 본입찰이 마감되자 시장의 관심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쏠렸다. 김 회장이 채권단 측에 예상치보다 낮은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결국 금호산업 지분 매각작업이 다시 표류하게 되면서 김 회장에 대한 시장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꺼졌다.

그러나 관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대목이 있다. 그가 가지고 있던 복심(腹心)이다. 그는 본입찰 하루 전인 27일까지도 4000억원의 인수금융 주선 등 두 가지 이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중의적(重義的) 행보를 보이며 막판까지 치열한 수 싸움을 전개했다.

반면 그가 제시한 6007억원의 입찰가는 사실상 인수 포기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입찰가 필수요건인 채권단이 수긍할 수 있는 가격, 그리고 박 회장을 따돌릴 수 있는 가격, 어느 하나 충족하지 못했다.

본입찰 당일인 28일 오전 호반건설 중역회의에서는 5000억원에서 1조원대까지의 입찰가를 놓고 가상 시나리오가 전개됐다. 회의 결과 탐나는 매물이기는 하지만 인수 후 후폭풍을 고려해 7000억원 이상은 절대 안된다는 의견으로 좁혀졌다는 후문이다. 최종 입찰가는 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김 회장이 직접 빈칸을 채웠다. 회계자문을 맡은 한영회계법인에서 보수적인 실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 것도 한몫했지만, 어찌됐건 최종 결정은 김 회장 몫이었다.

당초 채권단은 입찰 제시액이 8000억원만 확보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김 회장이 6007억원을 제시한 것은 발을 빼겠다는 의지로 대변됐다. 인수전이 후반에 접어들면서 김 회장의 완주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은 적었다. 그러나 끝까지 진심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게 이번 인수전을 바라본 핵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서 퇴장한 뒤에도 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그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김 회장의 진정성 있는 목적을 알고 싶어 한다. 처음부터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이 없었지만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해 시장의 해석에 떠밀려 따라가야 했던 것인가. 아니면 그룹 재건을 위해 절치부심했던 박삼구 회장의 매니토(manito)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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