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희의 노크] 152년 전 링컨의 일침 외면한 아베의 뻔뻔함

입력 2015-04-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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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사진 한 장이 공개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워싱턴에 있는 링컨기념관의 링컨 동상 앞에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은 재임기간(1861∼1865년)에 인권을 위해 앞장섰다. 익히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1863년 1월 1일에는 흑인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란 명예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링컨 전 대통령의 손끝에서 이뤄진 셈이다. 다시 말해, 인권혜택의 수혜자(?) 중 한 명인 오바마 대통령이 역사적 인권을 외면하는 아베 총리를 링컨 앞으로 데리고 온 것이다.

아베는 미국 방문 중 가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강연에서 “인신매매에 희생당해 고통과 아픔을 겪은 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주어도 빼먹고 유감을 표했다. 그 이상의, 이하의 표현도 사용하지 않는 형식적인 수준이었다.

같은 시각 위안부 피해자인 고령의 이용수 할머니는 아베 총리를 상대로 규탄 시위를 벌였다. 아베 총리와 이용순 할머니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아베 총리는 일정 내내 ‘뒷문’으로 출입하는 등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6년 제90대 일본 총리가 된 후 10년 가까이 역사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 교과서의 역사 내용을 바꾸는 등 아슬아슬한 줄타기만 할 뿐이다. 이번 방문에서도 군사 동맹 강화, 백악관 저녁 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할 뿐, 위안부 사과와 같은 역사의식 개선 의지는 안보였다.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밟았던 링컨기념관에서 152년 전 링컨은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낭독했다. 링컨은 연설문에서 “(조상들이) 마지막 신명을 다 해 지키고자 했던 대의에 헌신하고,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엄숙하게 다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링컨기념관에서 머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인권을 외쳤던 링컨이 지키는 공간에 인권으로 꿈을 이룬 오바마, 누군가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는 아베 세 인물의 조화가 어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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