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황사(黃沙)에 대한 단상(斷想)

입력 2015-04-30 16:4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심종철 경남은행 서울지점장

뿌연 황사는 매년 시린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즈음에 불어오곤 했다. 구황식으로 겨울을 힘겹게 연명하고 맞은 60년대 말의 봄은 우리에게 풍족한 먹거리를 펼쳐놓기엔 이른 시기였다. 그때쯤 황사가 불어왔지만 아무도 황사 따위엔 신경쓰지 않았다. 황사에 대해 마음 쓸 여유도 없었을 뿐더러 그런 생각 자체가 사치로 치부되던 때여서다.

황사가 불어서 봄이 온 건 아니겠지만 봄이 올 때면 함께 따라오곤 했던 황사에 대해 나는 그 뿌옇고 텁텁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리 싫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일견 반갑기까지 했다. 그 봄철의 먹거리들 때문이다. 황사가 불면 누런 들이 파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파래지던 그 들판 위에 봄비라도 한 번 흩뿌리고 지나가면 온 들은 금세 초록으로 뒤덮이고, 이른 봄 꽃들과 새 풀들이 어우러져 우리는 온 들을 쏘다니며 봄 꽃과 새 순들을 꺾어 먹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겨울의 곤궁함에서 온전히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들어 황사 피해가 부각되고 있다. 그 오랜 시간 불편한 공존에도 우리는 아직도 황사에 대한 뚜렷한 대처법을 갖지 못하고 있다. 물론 황사 진원지가 먼 이웃나라라는 점과 해결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황사를 겪으며 풀어야 할 숙제라기보다, 때마다 겪어야 할 홍역 같은 존재로 각인됐기 때문이 아닐까. 그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진원지가 어디든, 비용이 얼마든 간에 황사를 극복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법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천형처럼 여기던 질병들이 상당 부분 극복되었듯이 언젠가는 황사도 반드시 극복될 것이다. 황사의 진원지인 고비, 타클라마칸 사막이며 만주의 커얼친 사지 등이 푸른 초원으로 바뀌어 매년 봄철에 황사 대신 초원의 푸른 기운이 편서풍에 실려올 날을 기다리는 것이 나의 허황된 꿈이 아니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꼬이고 얽힌 것들이 많아 1년 내내 뿌연 서울의 하늘 아래에선 더욱 그러하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당원 게시판 논란'에 연일 파열음…與 균열 심화
  • 코스닥·나스닥, 20년간 시총 증가율 비슷했지만…지수 상승률은 ‘딴판’
  • 李 열흘만에 또 사법 리스크…두 번째 고비 넘길까
  • 성장률 적신호 속 '추경 해프닝'…건전재정 기조 흔들?
  • 민경훈, 뭉클한 결혼식 현장 공개…강호동도 울린 결혼 서약
  • [이슈Law] 연달아 터지는 ‘아트테크’ 사기 의혹…이중 구조에 주목
  • 유럽 최대 배터리사 파산 신청에…골드만삭스 9억 달러 날렸다
  •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서 “한반도 노동자,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서 노동”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2,960,000
    • -2.01%
    • 이더리움
    • 4,584,000
    • -3.76%
    • 비트코인 캐시
    • 694,500
    • -2.39%
    • 리플
    • 1,911
    • -8.52%
    • 솔라나
    • 343,200
    • -3.78%
    • 에이다
    • 1,360
    • -8.54%
    • 이오스
    • 1,128
    • +4.54%
    • 트론
    • 283
    • -4.71%
    • 스텔라루멘
    • 741
    • +1.9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800
    • -4.82%
    • 체인링크
    • 23,530
    • -4.19%
    • 샌드박스
    • 793
    • +27.2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