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에 속고, 주가에 운 소비자들… 가짜 백수오 여파는 ‘1조’

입력 2015-05-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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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츄럴엔도텍이 보관 중인 백수오 원료를 재조사한 결과 가짜 백수오(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발표로 한국 소비자원의 가짜 백수오 적발과 업체의 반발로 촉발된 ‘가짜 백수오 사태’는 지난달 30일 식약처의 발표로 일주일 만에 일단 마무리됐다.

하지만 가짜 백수오 사태의 파장은 주식 시장과 건강식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며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가짜 백수오 사태의 후폭풍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것.

당장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백수오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고, 소비자들의 불신이 전체 건강식품 시장으로 번지며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츄럴엔도텍의 주식 절반 이상을 갖고 있는 소액투자자들의 피해 액수도 6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어림 잡아도 이번 사태의 여파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내츄럴엔도텍의 ‘버티기’에… 3000억원 백수오 시장 나락으로 =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의 1차 책임은 원료 관리를 소홀히 하고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도 문제가 없다며 끝까지 버텼던 내츄럴엔도텍에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4월 22일 소비자원이 자사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쓰이고 있다고 발표하자 4차례에 걸쳐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100% 진짜 백수오만을 사용한다”면서 민·형사 소송까지 벌이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소비자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시료 채취 등에서도 위법이 있다며 강경 일변도로 대응했다. 게다가 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경영진이 발표 전 간담회에서 이엽우피소 검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히는 등 미리 혼입 사실을 알고도 거짓말을 해온 정황까지 나온다.

결국 식약처의 발표로 가짜 백수오 사태는 막을 내렸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매출은 지난해 기준으로 1240억원이며, 전체 백수오 시장은 300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식약처와 한국소비자원은 후속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한 번 떨어진 시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건강식품 시장 대목인 어버이날을 코앞에 두고 있는 건강식품 업체와 유통가들도 좌불안석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벌써부터 건강식품 매출에 이상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며 “이번 백수오 사태로 대목 실종이 우려됨과 동시에 전체 건식 시장의 침체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증시 초토화… 소액주주 피해액만 6000억원 = 피해는 소비자를 넘어 주식시장의 소액투자자까지 이어졌다. 일주일 새 증발한 시가총액 1조1000억원의 절반은 회사를 믿고 뭉칫돈을 투자한 개인투자자 몫이었다. 이 가운데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 연일 하한가를 기록할 당시 반전을 노리고 들어온 투기적 투자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12월 4만5000원 수준이었던 내츄럴엔도텍은 연말부터 상승해 4월 중순에는 9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 1조7700억원을 돌파했다. 소액주주는 1만명 내외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약 1060만주다. 전체 발행주식(1930만주)의 54.90% 수준이다.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가짜 백수오 논란 이후 급전 직하, 28일 하루를 제외하고 6거래일 동안 하한가를 기록하며 지난달 30일 3만4100원까지 추락했다. 시가총액과 소액주주 비율을 감안하면 피해액은 6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도 본격적으로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내츄럴엔도텍 임직원들이 지난달 22일 소비자원 발표 이전에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이 사전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 관계자는 30일 “불공정 주식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내부자의 거래내역을 전수 조사 중”이라며 “풍문과 보도가 이어진 이후 조사를 시작했지만 가짜임이 다시 확인된 만큼 전체를 조사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 키운 식약처… 신뢰성은 어디로 = 사회적 피해 규모가 1조원대로 추산되다 보니 이번 사태를 키운 내츄럴엔도텍은 물론 1차 조사에서 이엽우피소 검출을 잡아내지 못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월 1차로 내츄럴엔도텍의 원료를 수거해 검사를 실시했지만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의 발표로 재조사에 나선 끝에서야 검출 결과가 나왔다. 같은 원료였지만 두 달 사이에 미검출이 검출로 바뀐 것이다. 재배농가와 생산일자가 다른 원료이기 때문에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지만 땅에 떨어진 신뢰는 회복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내츄럴엔도텍이 식약처의 1차 결과만 믿고 한국소비자원의 발표에도 줄곧 혼입 사실을 자신만만하게 부정했다는 정황이 나온 이상, 식약처는 이번 사태의 논란을 키웠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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