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금융사, 거래경험 많은 투자자에는 손실 위험 설명의무 없어"

입력 2015-05-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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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어음 투자상품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거래 경험이 많아 손실 위험성을 알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판매자가 적극적인 설명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투자자 김모 씨와 안모 씨가 NH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NH투자증권은 김씨에게 5700여만원, 안씨에게 2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부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와 안씨는 지인 정모 씨를 통해 2010년 NH투자증권의 권유에 따라 LIG건설이 발행한 기업어음증권을 운용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2억원과 1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계약 내용대로라면 김씨 등은 연 8.4%의 수익을 받을 수 있었지만, LIG건설이 2011년 4월 회생절차에 들어하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법원은 LIG건설에 대한 회생계획을 인가했는데, 기업어음 채무의 경우 원금의 20%는 출자전환, 30%는 현금 변제하되 9년에 걸쳐 분할상환하고 나머지 50%는 회사채로 갚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씨 등은 " NH투자증권이 투자권유를 하면서 LIG건설의 재무상태 등 투자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고, LIG그룹이 LIG건설을 지원할 것이라는 등 왜곡된 설명을 한 잘못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LIG건설에 대해 LIG그룹 지원이 불확실했는데도, 지원 가능성이 강조된 신용평가·투자설명 자료를 제공해 기업어음 가치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LIG건설에 대한 지원 가능성은 계열사 관계인 점을 고려한 사실상의 가능성에 불과했을 뿐,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다만 "계약 체결을 대리한 정씨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고 이른바 공격투자형 상품에 대한 투자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NH투자증권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NH투자증권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투자설명자료에 기재된 LIG그룹의 지원가능성은 신용평가서의 내용에 기초한 것으로, 그 자체로 단정적 판단은 아니다"라며 "김씨와 안씨를 대리해 계약을 체결한 정모 씨의 투자경험과 능력을 고려할 때, 설명자료가 투자에 따른 위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방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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