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장기업의 성장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지만 증시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아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5.8% 증가에 그쳐 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세를 보였다고 3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국 금융정보업체 다즈후이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즈후이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 2712개 업체의 지난해 순익이 총 2조4355억 위안(약 422조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순익 증가율은 부동산 시장의 냉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012년의 2.6%를 웃돌았지만 기업의 잇단 자산 매각으로 순익이 늘었던 2013년의 13.8%에서는 급락했다. 이런 감속 기조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3.4%에 그쳤다.
공급과잉 문제를 안고 있는 비철금속과 자원 관련 업종이 전체 상장기업 실적 발목을 잡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최대 비철금속업체인 중국알루미늄공사는 지난해 전체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162억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1위 건설기계업체 싼이중공업은 순익이 80% 가까이 급감했다.
전체 상장사 순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은행업도 부실채권 부담과 단계적인 예금금리 자유화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으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은행업 순익 증가율은 7.7%로, 2013년의 13%에서 둔화했다.
내수 관련 업종이 그나마 견실한 실적을 나타냈으나 전체 상장사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적 둔화에도 증시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7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4500선’을 깨고 7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지수는 지난 1년간 2배 이상 올랐다.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실적과 경영내용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고 눈앞의 주가에만 일회일비를 보이면서 매수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루이인증권의 허우옌 중국증권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증시 상승속도가 너무 빨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망설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지수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3배로, 도쿄증시(약 18배)를 웃돌았다. PER가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달 28일 “증시에 리스크가 있다”고 거듭 버블을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