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정책 예측가능성 높여야”

입력 2015-05-0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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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디스인플레이션의 물가 추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일 ‘저성장 저물가 시기의 우리나라 통화정책 점검’보고서에서 “장기간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범위 하한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책 재정비를 주장했다.

한경연은 물가안정 목표제도를 근간으로 하는 현 정부의 통화정책이 저성장 저물가 기조 속에서 신뢰성과 예측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안정 목표제도는 중앙은행이 예상물가 상승률을 예측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한경연 김성훈 부연구위원은 “현재 중기 물가안정목표(2013~2015년)는 2.5%에서 3.5%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2012년 6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개월째 목표범위의 하한선을 밑도는가 하면 지난해 11월부터는 0%대로 낮아진 상황”이라며 “이런 현상이 지속할 경우 정책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실제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범위를 이탈하면 중앙은행 총재가 공개편지로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법이 마련돼 있을 정도다.

보고서는 통화정책의 예측가능성이 저하된 원인으로 저물가 상황에 대한 한국은행의 대응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꼽았다. 물가안정 목표제도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 긴축이냐 확장이냐를 예측할 때 실제물가 상승률의 목표범위 상·하한 이탈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통상적으로 현재 우리나라와 같이 물가안정 목표범위의 하한을 밑도는 낮은 물가에선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단 의미다.

김 부연구위원은 “저성장·저물가 현상이 지속하면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요구되는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에서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에 대한 대응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준금리 조정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일부 국가들이 제로 기준금리를 채택하고 양적완화를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서라도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고서는 물가안정목표 레인지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이 2013~2015년까지 설정한 물가안정목표 범위는 상한 3.5% 하한 2.5%로 그 차가 1%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같은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30여개 국가들은 대부분 중간값을 기준으로 ±1% 범위로 설정해 상·하한이 2%의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물가안정 목표범위를 물가상승률의 중기변동성을 고려해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며 “미국·유로존과 같이 인플레이션 대상을 하나의 수치로 제시하고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합리적인 이탈범위가 무엇인지 추론하게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3년간(2016~2018년)의 중기 물가목표범위에 대한 공개 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재정·금융·통화당국으로 분산된 정책수단들을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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