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급액을 올리자는 여야 합의는 결국 미래 세대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시켜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정치권의 표심을 인식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식 해결이 아닌 공무원연금 개혁과 분리해 원점에서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여야는 6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공적 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 설립 규칙을 처리키로 했다. 이 기구에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을 40%에서 50%로 올리자는 여야 합의를 전제로 보험료율 인상 등 국민 부담 방안 등을 약 4달에 걸쳐서 논의할 계획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고 연금기금을 2060년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최대 18%까지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가입자가 2100만명을 넘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두 배로 올리는 과정은 간단하거나 순탄하지 않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국민연금 수급액을 올리기로 한 배경에는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현재 중장년층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높이는 대신 미래세대에게 그 부담을 지우게 한 것이다.
야당의 주장은 현 보험료율(9%)에서 1%포인트만 올리면 2060년까지 국민연금기금의 재정고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보험료율을 10%로 인상해도 결국 2060년이 기금은 모두 고갈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소득대체율만 올리고 보험료율을 동결시킨다면 2056년께 국민연금 기금은 소진된다. 이후엔 그해 필요한 연금지급액을 젊은(근로연령) 가입자에게 바로 거둬 유지해 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 10대 이하와 미래 세대가 그 부담을 지게 된다는 뜻이다. 이 금액을 추계해보면 보험료율은 2060년 25.3%, 2083년엔 28.4%까지 오르게 된다.
정부는 아직 2060년 기금고갈 시점 이후 전체적인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은 상황이다. 연금기금이 바닥을 드러내면 2060년 노인(현재 청년세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연금을 포기하거나 △세금으로 지원받거나 △그때의 젊은층에 보험료를 부담시키는 방법 등이다.
이에 연금 전문가들은 이번 정치권의 합의에 대해 ‘맹점투성이’ 정책이라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민적 합의 없이는 제도를 이끌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의 실질적 부담이 중산층과 대기업보다 더 가중되고 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외면받는 상황이다. 이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진행할 게 아니라 공무원연금 개혁과 아예 분리해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차 국민연금 개혁 당시(2007년)에도 ‘이런 식으로 약하게 개혁하면 5년도 못 가서 또 문제가 불거진다’고 이미 경고했다”며 “국민연금은 평균 가입기간이 20년에 훨씬 못 미치고 있어도 40년을 기준으로 소득대체율을 산정해 왔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자고 했더니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이 낮으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는 내용으로 타결을 보게 됐다”고 꼬집었다.
다른 연금 전문가 역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물타기로 누더기 공무원연금 개혁을 합리화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정치권에서 국가재정을 파탄 내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