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오 효능에 의문…입증 논문 2편뿐 “다 못믿는다”

(자료=한국소비자원)

‘가짜’ 백수오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진짜’ 백수오 효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의학계에 따르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서석교 교수는 최근 백수오의 효능과 관련된 논문이 국내외에 각 1편씩에 불과하고, 해당 논문들의 연구 설계도 백수오의 효능을 검증하기에는 허술한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백수오의 여성 갱년기 증상 완화 효과를 밝힌 논문이 나온 것은 지난 2003년이다. 당시 48명의 폐경기 여성(평균 나이 45세)을 2그룹으로 나눈 뒤 연구가 진행됐다.

한 그룹(24명)엔 백수오ㆍ속단ㆍ건강(마른 생강)ㆍ당귀ㆍ아이소플라본(콩에 함유된 식물성 여성호르몬) 등의 복합추출물을, 다른 그룹(24명)엔 플라세보(placeboㆍ위약)를 제공했다. 8주 뒤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은 58.3%가 폐경 증상 호전을 보인 데 비해, 위약을 제공받은 대조 그룹은 21.7%만 호전을 나타냈다.

이 논문에서는 대상자들의 폐경 증상을 어떻게 측정했는지 밝히지 않은데다, 폐경 증상이 어느 정도 감소했는지도 계량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의 약점이라는 게 서 교수의 지적이다.

서 교수는 “이 논문만으로는 갱년기 증상이 나아졌다 해도, 그 효능이 백수오 덕분인지 아니면 당귀 등 다른 성분 때문인지 불분명하다”며 “백수오 등이 포함된 복합추출물은 혈중 콜레스테롤ㆍ중성지방 수치를 개선하는 데 아무런 효과를 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이어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출간된 연구결과에서도 비슷한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64명의 폐경 전ㆍ폐경기ㆍ폐경 후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 연구에서도 백수오ㆍ속단ㆍ당귀가 각각 약 3분의 1씩 함유된 복합제가 폐경 증상을 호전시켰다”면서도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는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수오는 지금까지 2개의 연구에서 폐경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지만, 실제론 연구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불충분해 아직은 어떤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백수오가 갱년기 증상 전반에 유익할 것으로 생각해 많은 여성이 백수오를 복용하고 있지만, 폐경 증상의 감소 이외에 뚜렷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폐경 증상은 여성호르몬 수치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완화되는 경우도 많고 위약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백수오ㆍ홍삼ㆍ승마 가운데 승마 이외엔 많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무조건 폐경 여성에게 좋다는 내용의 광고나 권유 또는 복용은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백수오가 전반적인 갱년기 증상 완화에 효과를 보였을지 몰라도, 건강상 이점이 전혀 검증되지 않아 백수오의 효능을 맹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