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로 불리는 금품 로비 의혹과 관련해 홍준표 경남지사가 8일 검찰에 출석했다.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 중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정치인은 홍 지사가 처음이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으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홍 지사는 8일 오전 10시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중앙현관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정장에 핑크색 셔츠, 자주색 넥타이 차림에 여유있는 표정으로 포토라인 앞에 선 홍 지사는 "이런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측근을 시켜서 윤승모 부사장을 회유한 사실이 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홍 지사는 "없다"라고 짧게 답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1억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홍 지사 측에 건넸다고 주장하는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은 이미 4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윤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1억원을 쇼핑백에 담아 국회 내 모처에서 홍 지사 측에 전달했고, 금품전달 과정을 나경범(50) 경남도청 서울본부장과 강씨도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홍 지사에 대한 조사를 통해 윤 전 부사장이 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날의 홍 지사의 구체적인 동선을 캐묻고 이미 확보하는 진술내용과 대조하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1억원이 공천 등 대가 성격이 있는 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사가 시작된 이후 이번 사건의 유력한 증인으로 떠오른 윤 전 부사장에 대해 회유를 지시한 사실이 있는 지도 캐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해수(58)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6일 소환한 바 있다. 김 전 비서관은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자 홍 지사 사건의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홍 지사가 아닌 보좌진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진술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