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를 향해]이경재 삼진엘앤디 회장 "신체리듬 맞춰 온도ㆍ색상 조절…인간중심 LED 주력"

입력 2015-05-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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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CL' 기술로 미주ㆍ유럽 공략, 차기지역으로 CIS국가 초점… 내년엔 OA '피니셔' 신제품 출시

▲이경재 삼진엘앤디 회장
“과거 개발연대 시절 엔지니어들은 어떻게 하면 달러를 더 많이 벌어들일 수 있고, 조국 근대화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런 생각들이 모여 부품 국산화를 이뤄냈고, 이것이 현재 발전을 이룬 한국경제의 핵심이 된 것이다.”

자부심이 넘치는 이경재 삼진엘앤디 대표이사 회장의 첫 마디다. 지난 6일 경기도 화성 삼진엘앤디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한국경제 발전의 근간이었던 산업화 시절의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경제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경험한 이 회장의 내공이 묻어져 나왔다.

이 회장은 과거 금성사(현 LG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등에서 근무하다 1987년 삼진기연(현 삼진엘앤디)을 창업했다. 그는 “1966년부터 금성사에 들어가 독일에서 전수한 금형제조, 설계기술 등을 전수 받고, 삼성전자가 설립된 이후엔 일본기업으로부터 브라운관, 진공관 등 부품 기술을 가져왔다”며 “근본적으로 이 같은 부품 국산화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경제가 발전한 게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당시 배웠던 기술을 통해 1987년 창업의 길로 돌아섰다. 대기업에서 최상위층까지 올라가지 못할 바엔 창업으로 살 길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회장은 “45살이 기점이었는데, 대기업 재직 시 일본을 다니면서 쌓아왔던 금형기술, 카메라 등 정밀기기 관련 기술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진엘앤디는 정밀 금형‧사출기술을 바탕으로 TV와 2차전지 부품 등을 주로 생산하는 중견기업이다. 특히 LCD 몰드프레임과 같은 사출부품의 경우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는 등 기술력도 상당하다. 부품‧금형, 사무자동화(OA), LED조명 등 크게 3개 사업군을 영위하고 있다. 수출 비중도 70%에 달해 지난해엔 중소기업청의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형 월드클래스’ 기업으로의 면모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업은 LED조명 분야다. 2009년 금융위기 시절 신사업으로 LED조명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조금씩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색온도를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인간중심조명(HCL‧Human Centric Lighting)’에 주력하면서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장은 “대기업 협력사로 괜찮았지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닌 우리 제품으로 승부를 하고픈 욕심이 생겼다”면서 “특히 TV백라이트유닛(BLU)과 LED조명의 기술적인 연관성이 있어 어려움이 덜할 것이라는 판단도 나와 LED조명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세계시장이 만만치 않아 고전하고 있지만 HCL기술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며 “이 분야에 있어선 우리가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HCL은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신체리듬에 맞춰 조도, 색온도, 색상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이다. 이에 따라 색에 민감한 병원, 학교, 산업체 등에서의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매리너스 구단은 물론, 최근엔 뉴욕에 위치한 하트포트병원에도 삼진엘앤디의 HCL LED조명이 적용됐다. 유럽에선 HCL 시장이 오는 2016년 전체 조명시장의 10%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지난 6년 동안 LED조명 사업에 약 250억원을 투자해오고 있다”며 “올해 LED조명 사업에서 400억원의 매출을 이루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궁극적인 목표는 10년 이내에 LED조명 사업에서 5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다. 아직 전체 매출 대비 5%에 불과한 상황이지만 시장 잠재력이 큰 만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 회장은 “LED조명 사업에서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면 회사 전체적인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의 기술력과 현재의 추세로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LED조명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 회장은 더욱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에게는 수출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과거 열악했던 한국경제 상황을 경험해서인지 ‘기업은 수출을 해야 산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삼진엘앤디의 주요 수출지역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다. 특히 미국은 최근 결실을 나타내고 있는 시장이다. 이 회장은 “미국 LED조명시장은 전 세계 1위 규모인만큼, 삼진엘앤디의 핵심 수출지역”이라며 “시애틀 컴퓨터 역사박물관, 야구구단, 병원, 국제학교 등 우리 제품들이 다 적용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시장 외에 이 회장이 새로운 수출지역으로 눈여겨 보고 있는 지역은 독립국가연합(CIS)이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주 LED조명 수출을 위해 CIS국가 중 하나인 키르키스스탄을 다녀왔다. 이 회장은 키르키스스탄을 방문한 기간 동안 국빈 대접을 받았을 정도로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키르키스스탄 나른주(州)의 가로등을 교체하는 사업에 우리 제품 4000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이후 추가적으로 공급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전체 물량이 2만5000개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나른주에 세워질 대학교에 대해서도 LED조명을 공급하기 위해 타진하고 있다”면서 “CIS국가들에 대한 영업 잠재력이 큰 만큼, 향후 시장으로 이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OA 사업도 삼진엘앤디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다. 복합기와 함께 설치되는 ‘피니셔(제본기)’가 주요 제품이다. 일본의 코니카미놀타와 협력해 제조자개발생산(ODM) 수출에 나서고 있다. 2010년부터 코니카미놀타로부터 개발비용을 받고 출시, 1년에 6000만 달러를 수출하는 효자 품목이 됐다. 지난해 삼진엘앤디의 사업 분야 중 매출 2위(22%)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올 연말까지 속도와 기능 등을 향상시킨 차기 모델 개발을 마무리해 내년 초엔 신제품을 출시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기술을 원천으로 일본업체의 판매망을 활용하고, 중국자회사인 고미전자를 통해 현지 판매를 진행하는 등 그야말로 한‧중‧일의 협력모델이 아니냐”고 언급했다.

과거 산업화 시대를 함께 걸었던 이 회장에게 최근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정책은 어떻게 비춰질까. 이 회장은 정부가 양적으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수출하기 위한 인증을 받는 데 수억원이 들 정도로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수많은 유사 인증을 통폐합하거나 비용을 낮춰 기업들의 부담을 줄여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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