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트로이카]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과감한 추진력·소통 리더십… ‘금투업 살리기’ 나선 검투사

입력 2015-05-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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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개 회원사 대표 직접 만나 의견청취 “금투업계 규제 완화” 당국에 적극 건의

검(劍)만 잘쓰는 게 아니었다. 소통의 리더십까지 겸비해서 돌아왔다. 검투사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 100일 만에 신발이 다 닳도록 뛰어다니고 있다. 금투협 내부는 물론이고 당국,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적극적인 소통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 업계의 목소리를 당국에 전달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특유의 과감한 추진력에 부드러운 소통까지 더해진 황 회장에 대한 기대감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외치(外治)로 금투업계 숙원 푼다 = 황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증권,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선물 등 다양한 업권의 대표들을 만나며 업계 전반의 현안과 의견을 들었다. 회원사가 164개에 달해 황 회장은 20개 가까운 소규모 단위로 쪼개 회원사 대표들을 만났다.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렇게 전달받은 업계의 목소리를 당국에 적극 전달하고 있다. 공식 행사에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관계 당국과 만날 때마다 업계의 규제 완화를 요청한다. 지난 2월 샤오강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일행도 만나 중국 자본시장 진출과 관련한 현안을 논의했다.

그는 취임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식ㆍ펀드 장기투자와 해외펀드ㆍ파생상품 투자에 비과세 등의 세제 혜택을 금융당국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 회장은 “생명보험으로 돈이 유입된 이유가 10년 이상 가지고 있으면 면세된다는 혜택 때문”이라며 “보험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주식시장을 키우고 장기투자를 정착시키는 측면에서도 주식ㆍ펀드의 장기투자는 면세 혜택을 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된 펀드와 주식에 보험과 같은 비과세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외 업무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금투협은 기존의 대외 정책지원 기능(정책지원본부)과 기획ㆍ홍보 기능(전략홍보본부)을 총괄하는 대외서비스부문 전무직을 도입해 금융투자산업과 자본시장 관련 입법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투협은 대외서비스부문 전무로 한창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영입했다.

한 전무는 대우경제연구소와 국회 보좌관 등을 거쳐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3년 4월부터 작년 11월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다. 특히 2009∼2011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식경제부 장관 재임 기간 장관정책보좌관으로 최 부총리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황 회장이 그를 영입한 것은 금융투자상품 관련 각종 세제 혜택 등 금융투자업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최경환 경제팀 등 정부ㆍ정치권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내치(內治)에도 적극적 행보 = 그는 금투협 내부 직원들과의 스킨십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금투협 전 임직원은 오는 15일 경상남도 하동으로 1박2일 워크숍을 간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특색 있는 지방에서 문화 강좌를 듣고 사계절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임직원 교양프로그램 ‘인문학 강좌’도 열린다. 경남 하동은 고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되는 최참판댁이 시작된 곳으로 관련 촬영지와 문화관이 있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는 14일 취임 100일을 맞는 황영기 회장이 임직원들과 동행한다. 사실상 취임 100일 기념 워크숍이 되는 셈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황 회장이 이번 인문학 강좌에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임직원들과 동행한다”며 “황 회장이 2월 취임 후 최근 임직원 도시락 미팅과 더불어 이번 인문학 강좌 행사 등을 통해 소통에 주력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유의 추진력+인맥으로 공격행보 = 취임 100일 동안 황영기 회장은 금융투자산업 육성을 위한 관련 TF(태스크포스)를 줄줄이 설립하는 등 ‘검투사’ 라는 별명답게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두터운 친분을 과시하며 회원사 CEO들과 임 위원장이 소통할 수 있는 ‘금융투자업계 대토론회’와 ‘글로벌 해외진출 세미나’ 등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황 회장은 임 위원장의 대표적 금투업계 인맥으로 꼽힌다. 황 회장이 2000년대 초반 당시 삼성투신, 삼성증권 대표를 지냈고,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 굴지의 금융지주 회장을 두 번이나 역임해 당시 재경부에서 금융, 경제 관련 업무를 관할한 임종룡 위원장과 교류가 잦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 현재까지도 매우 절친한 사이로 전해진다.

황 회장은 금융투자산업 발전을 위한 ‘과제별 TF 운영’에도 적극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취임하자마자 ‘증권업계 핀테크 TF’를 발족하고, 증권사의 인터넷 전문은행 참여와 핀테크 비즈니스 발굴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ATS(대체거래소) 설립 환경 조성을 위해 업계, 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위로 구성된 ‘ATS제도 개선 TF’ △업계와 공동으로 금융투자회사의 각종 규제를 적극 개선하는 업권내 ‘금융규제 개혁 TF’ △금융사들의 성공적 해외진출, 투자를 위한 ‘금융회사 해외진출 TF’ 등을 출범시켰다.

업계에서는 취임 100일간 그를 지켜본 결과, 금융투자업 전반에 걸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삼성생명 대표, 삼성투자신탁운용 대표, 삼성증권 대표,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KB금융지주 초대 회장 등을 거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 과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고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는 등 정치권에서의 마당발 인맥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부ㆍ국회ㆍ금융당국을 움직여라 = 황 회장이 취임 후 폭넓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절박한 상황 인식 때문이다. 최근 증시가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지만, 지난해까지 금융투자업은 전반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증권사 구조조정 칼바람은 여의도를 얼어붙게 만들었고, 주식시장에도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거래세 폐지 같은 규제완화는 업계의 숙원사업으로 떠올랐다.

황 회장의 이 같은 공격적 행보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금융투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규제가 줄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현실은 업계의 주장과 반대로만 움직였기 때문.

지난해 12월 정부는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 상품에 양도소득세를 과세키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안 그래도 파생상품 시장이 선진 시장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데, 설상가상 과세까지 확정되면서 파생상품 시장이 고사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증권업계 숙원이던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방문판매를 위한 방문판매법 개정안은 또다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13년 4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의원의 개정안이 발의된 지 벌써 2년째다.

이 때문에 금투협의 역할이 미진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이다. 이에 금투업계는 추진력과 힘 있는 협회장을 원했다. 정부와 국회, 금융당국을 아우르는 협상력을 원했고, 검투사 황 회장에게 바통이 넘어온 것.

황 회장도 이러한 부분을 꾸준히 강조했다. 회원사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힘과 소통력, 그리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비전은 그가 꾸준히 주장해 왔던 부분이다.

그는 금투협 회장에 당선된 후 “그동안 많은 분들과 유대 관계를 맺고 정책적 과제를 다뤄 본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 언론 등에 정책을 제안하고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강조했고 그런 부분들이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황 회장은 업계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외부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한다”며 “황 회장이 크게 위축된 금융투자업계에 훈풍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으로 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말과 행동이 실제 정부 정책 개선 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실망감이 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턱대고 자본시장의 규제 완화만 주장하면 설득력이 약하다”며 “금융 사고와 불공정거래로 국민들이 자본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신뢰 회복을 위한 업계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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