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업모델 개혁 전환점 왔다...90년대 초반 일본기업 모습”

입력 2015-05-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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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부재와 핵심인 모바일 사업의 부진 등으로 고전하는 삼성전자를 둘러싸고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할 시점이 온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년 전 발표한 연매출 4000억 달러로 확대 등 10개년 계획 목표를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을 던졌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12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최근 회사 경영진 사이에서 당시의 목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어서 이같은 질문을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주의를 발판으로 회사를 키웠고, 삼성전자는 ‘비전 2020’으로 회장의 비전을 이어나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작년 5월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데다 설상가상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S’의 매출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삼성을 둘러싼 위기론이 부상했다.

▲삼성전자 실적 추이. 사진=WSJ

삼성은 작년 스마트폰 판매 대수에서 미국의 애플을 앞지른 유일한 기업이지만 핵심인 모바일 단말기 부문은 작년 3분기(7~9월) 영업이익률이 7%로 전년 동기의 18%에서 반토막이 났다. 이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2% 감소했다.

올해에도 이 여파는 이어졌다. 모바일 사업의 부진 영향으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9% 감소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애플은 같은 기간에 영업이익이 33% 증가했다. 삼성 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1%로 회복했지만 애플은 같은 기간에 41%의 이익률을 달성했다.

WSJ는 갤럭시 시리즈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 회장의 ‘규모의 전략’이 새로운 시대에도 적합한 지 회사 내외에서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수십 년간 규모의 확대를 통해 TV와 반도체 등 대규모 시장에 진입, 중저가격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을 전개해왔다. 스마트폰에서도 같은 수법을 적용해 2013년에는 모바일 부문이 전사 영업이익의 68%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은 저가를 앞세운 중국과 인도의 신흥기업들과의 경쟁에 휘말려있다. 고가의 제품에서는 소프트웨어와 디자인을 무기로 한 애플과 맞붙어 애를 먹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른 사업은 이미 포화상태여서 마진율이 낮다는 지적이다. 가전 부문은 거액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4%에 그쳤다. 그나마 반도체 부문은 작년 영업이익률이 35%로 2013년의 19%에서 대폭 늘었다.

WSJ는 현재 삼성을 포함한 한국 기업이 놓인 상황이 과거 일본 전자업계를 방불케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낸 보고서에서 수출 부문에 대해 “한국은 일본의 1990년대 초반과 같은 난국에 직면해 있다”며 그 요인으로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꼽았다.

김한얼 홍익대학교 교수도 WSJ와의 인터뷰에서 “삼성 등 한국 기업의 사업 모델은 당시 일본 기업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삼성이 스마트폰의 과제에 대응하면서 더 나은 제품 개발에 그치지 말고 사업모델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지 여부의 검토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WSJ는 결국 이같은 결단이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일본 게이오대학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이 부회장은 삼성 그룹 및 삼성전자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그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부친과는 견해가 다르다. 그는 공식적으로 회장에 취임하기 전까지는 전략을 밝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의 규모 확대보다는 수익이 나는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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