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 빌 그로스, 알고보니 ‘기부왕’...사재 3조8000억원 기부

입력 2015-05-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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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왕’으로 알려진 빌 그로스(71)가 거액의 기부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금까지 7억 달러(약 7649억원)를 기부한 그로스는 남은 20억 달러(약 3조원)의 재산도 마지막으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로스가 자신의 기부액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기부 금액에 대해 “내게도 놀라울만큼 큰 돈이다. 나의 성공에 대한 정의는 5년 혹은 10년 전과 달라졌다”며 거액의 기부를 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성공이라고 하면 예전에는 비즈니스 및 자산 확대는 물론 가족, 아들과 딸이 축구장에서 어떻게 활약할 것인가 하는 것과 관계가 있었지만 지금은 나 이외의 전세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정의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로스는 미국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PIMCO, 핌코)의 공동 창업자로 부를 축적하는 한편, 핌코의 토탈리턴펀드를 운용하며 채권왕의 명성을 쌓았다. 핌코의 운용 자산 규모가 2조 달러에 근접한 2013 년에는 2억9000만 달러의 보너스도 받았다.

그로스는 자신의 기부액을 공개한 데 대해 “원래 나나 집사람이나 비밀로 하려 했다”며 “둘 다 떠들썩한 행사나 파티에 참여하는 타입이 아니고, 물밑에서 활동하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로스는 작년 9월 갑자기 야누스캐피털로 옮긴다고 발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1987년부터 핌코의 토탈리턴펀드를 운용하던 그의 실적은 업계의 전설이다. ‘채권왕’이란 타이틀도 이 덕분에 얻었다. 올 1분기(1~3월) 말 시점에 토탈리턴펀드의 평균 성적은 플러스 7.8%로 바클레이스의 미국 채권종합지수를 1%포인트 웃돈다.

그러나 야누스로 이적한 이래 그의 운용 성적은 시원치 않다. 야누스 글로벌 언컨스트레인드 펀드는 그가 손을 댄 작년 10월 6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0.8%의 수익률로 유사 펀드의 79%를 밑돌았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제2의 핌코를 만들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내 목표는 하루에 얼마나 시장의 실적을 상회하는가다”라며 “매일 집에 돌아와 수치를 확인하고 기뻐하거나 실망한다”고 말했다.

그로스는 “20억 달러를 움직이는 것이 확실히 유동성이 있고 쉽다”며 “조직과 의사 결정 면에서 예측 콘센서스를 만드느라 성가신 일도 적다”도 털어놨다.

그는 은퇴하지 않고 야누스로 옮긴 이유에 대해선 “내가 핌코를 떠난 상황이 못마땅했다. 내가 투자의 감을 잃었다는 식으로 보는 시선도 싫었다”며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하루 18시간, 주 7일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재의 상태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아직도 계속 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이유는 채권왕은 아니지만 지금도 투자의 감을 잃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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