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흔드는가?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5-1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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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인 2일 오후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 전당을 찾은 시민들이 레드카펫을 지나는 배우들을 환영하고 있다.((노진환 기자 myfixer@)

칸 국제영화제다. 올해로 68회를 맞는 칸 영화제(13~24일)에선 영화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의 눈이 칸영화제 개막작 엠마누엘 베르코 감독의 ‘라 테트 오트(La Tete Haute)’를 비롯한 다양한 영화와 스타로 향한다. 거리에선 영화와 연기자에 관해 토론과 평가를 하는 영화팬과 전문가들의 모습이 보인다. 세계 언론은 칸 영화제에 대한 상황을 시시각각 보도 한다. 칸 영화제에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칸 영화제는 그 자체로 영향력 있는 문화요 가치 있는 문화 브랜드다. 칸영화제가 브랜드 위력을 발휘하며 세계인의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선 정반대의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기적이라고 말한다. 불과 20년 만에 이룬 성과라고는 믿기 어렵다고들 한다. 우리의 영화 토양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와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부산으로 향하는 수많은 영화팬의 발걸음 앞에서 영화제에 대한 회의는 어느 사이 성공의 확신으로 변했다. 젊은 대학생들이 돈이 없어 숙박시설을 잡지 못해 노숙을 하면서도 영화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하는 모습에서 영화제의 도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성기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인의 열정적인 참여는 영화제에 대한 국내외 무관심을 관심으로 전환했다. 영화제 존재조차 몰랐던 세계 영화인들도 속속 부산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바다에 빠지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과 평론가, 스타들은 부산을 찾아 영화제에 대한 한국 영화팬과 영화인의 뜨거운 사랑을 체감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1996년 9월 13일 첫선을 보였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렇게 아시아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그리고 세계적인 영화제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영화 브랜드로 떠올랐고 한국영화산업의 견인차 역할까지 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라는 기적을 연출한 이는 정부도, 대통령도, 부산시장도 아니다. 불과 20년 만에 부산영화제를 세계적 영화제로 격상시킨 주역은 영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과 영화인,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성공적인 영화제를 위해 땀을 쏟았던 김동호 초대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이용관 현집행위원장, 프로그래머, 조직위 관계자들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으로 세계적 영화 브랜드로 성장한 부산영화제가 흔들리고 있다. 그 흔듦의 주체는 다름 아닌 정부와 부산시다. 틈만 나면 부산영화제를 대한민국의 문화적 치적으로 자랑하던 주체들이 이제 부산영화제를 흔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올해 부산영화제 지원금을 지난해보다 절반에 가까운 6억5000만 원 삭감한 8억 원으로 결정했다. 20주년 행사를 준비하기에 더 지원해야 할 판인데 지원금은 삭감된 것이다. 국제영화제로서 위상을 갖춘 부산영화제는 자생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궁색한 이유를 대면서. 칸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가 정부 지원금을 늘리는 것과 정반대다. 칸영화제 예산 326억 원 중 정부지원금은 48억 원으로 14.8%, 베를린 영화제는 예산 265억 원 중 정부지원금은 78억 원으로 29.5%다. 부산영화제로 인해 아시아 대표 영화제 자리에서 물러난 도쿄 영화제는 99억 원 예산 중 정부지원금이 46억 원으로 46.4%에 달한다. 부산영화제 자리를 넘보는 상하이영화제 올해 예산은 1200억 원으로 전부 정부지원금이다. 반면 부산영화제 정부지원금은 예산의 불과 6.5%다.

지원금 삭감뿐 아니다. 그동안 부산시의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와 감사원 감사, 부산시의 감사 등이 진행됐다. 부산영화제 흔들기의 뒤에는 지난해 영화제 기간 중에 상영된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이빙 벨’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영화계 안팎의 지적이다. 부산시 등이 ‘다이빙 벨’ 상영을 하지 말도록 종용했지만, 부산영화제 조직위는 계획대로 상영했다. 부산영화제를 둘러싼 예산삭감과 강도 높은 감사 등을 이와 연계해 바라보는 영화계 시각이 지배적이다. 혹시 그렇다면 부산영화제를 흔드는 주체들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예산삭감이나 감사로 문화와 문화인은 절대 길들지 않는다는 점과 가장 바람직한 문화정책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또 명심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영화 브랜드, 부산영화제의 오늘을 만든 이는 수많은 영화팬과 영화인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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