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경제통]이혜훈 “부동산대책, 집값만 올려… ‘초이노믹스’ 이대론 안돼”

입력 2015-05-14 10:27 수정 2015-05-1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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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무산, 안타까워… 靑, 국민연금 논의 차단할 필요 없다”

▲이혜훈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은 12일 서울 장교동 유관순기념사업회 사무실에서 가진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단기 경기 부양책뿐인 초이노믹스는 효과가 없다”며 “집값 올리기가 아닌 ‘서민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대책 등 경제정책 변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최유진 기자)

이혜훈 새누리당 전 최고위원은 여권에서 ‘으뜸’으로 인정받는 여성 경제전문가이다. 원조 친박(친박근혜계)임에도 박근혜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은 14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경제의 현 상황을 ‘구조적 위기’로 진단하고, 경제활성화를 위한 단기 경기부양책뿐인 초이노믹스는 효과가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집값 올리기’여서는 안 되고, 금리를 내려도 투자가 늘기보다는 가계부채 증가 등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내수침체를 더 가속화시킨다”며 정책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또한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서 촉발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문제를 두고는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을 먼저 처리하고 국민연금은 국민들과 함께 논의를 시작하는 게 맞다”면서 “청와대가 논의를 차단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증세 문제에 있어선 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과표구간 상향조정 및 세율 인상, 주식양도차액 과세 강화 및 대규모 임대수익 과세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가 2011년 이후 연속 2~3% 저성장에 머물고 ‘저성장-저생산-저투자-저소비’ 패턴을 보이면서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를 무엇으로 보나.

“현재 한국경제는 단순히 경기 변동 사항에 따른 침체가 아닌 구조적 위기다. 정부는 지금 경기침체로 생기는 디플레이션일 때 쓰는 부양책을 쓰는데, 그러한 부양책으론 구조적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 경제가 그간 압축 성장과정에서 생긴 여러 불균형을 미처 해소하기 전에 인구 구조가 변하면서 우리 성장이 꺾여버리는 불행이 와버렸다.

특히 정부는 부동산을 활성화시켜서 경기부양해보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건 베이비붐과 고도성장이 맞아떨어졌을 때 효과가 있었던 방식이다. 베이비붐과 고도성장이 함께 왔던 과거엔 부동산을 띄우면 집값이 오르고 경기도 살아나는 선순환이 이뤄졌지만 저출산과 저성장이 같이 온 지금은 아무리 부동산을 띄워도 뭐하나 먹히지 않는다. 부동산 신화가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더 이상 그 방법으로는 안 되는 시대가 돼버렸다.

돈을 풀어도 효과가 없고, 경기가 안 살아나고 있잖나. 대신 가계부채만 늘고 오히려 전셋값만 오르고 소비 여력은 줄어들어 내수가 위축되고 침체되는 원치 않은 상황이 온 것 아닌가.”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 전세가격 급등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부동산3법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집값 올리기’인 건 처음 봤다. 너무 놀랐다. 집 없는 서민이 이렇게 많은 대한민국에서 정부 정책의 초점은 집 있는 상위계층이 아니라 집이 없어 정부의 손길이 필요한 서민, 중산층에 맞춰져야 한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났다는 근거는 지난해 주택 거래량이 2006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거래량이 늘었다는 것인데, 뜯어보면 두 가지 이유로 거래량이 늘었다. 전세는 구하기 어려운데 금리도 싸고 주택 마련 대출도 쉽게 해준다고 하니 형편이 어려운데도 빚내서 집산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고, 워낙 초저금리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 전세의 월세 전환이 늘면서 월세 가구 비중이 55%를 넘어서는 등 이동이 많아졌다. 둘 모두 서민들에겐 고통스러운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주택경기가 좋아졌다고 박수치고 환영하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정부의 주택정책 초점은 집값 올리기에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말씀대로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도 한국경제의 골칫거리다. 이 문제에 있어선 정부의 저금리 기조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시중에선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데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가계부채는 한번 발생하면 백약이 무효다. 그래서 아예 발생하지 않게 미연에 막아야 하고, 금리정책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금리를 내리도록 해 경기를 띄우려는 유혹은 어느 정권이나 받는다. 그렇게 금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금리 관련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아예 법으로 한은의 독립성을 못박아놨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6개월 이상 버티다가 지난번에 어쩔 수 없이 내렸지만, 또 내리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금리를 내린다고 투자가 늘진 않는다. 그것도 환상일 수 있다. 90년대를 보면 금리가 10% 정도 됐고, 연평균 투자율은 20%대였다. 2000년대엔 금리가 7~8%였는데, 당시 연평균 투자율은 7% 수준이었다. 2013~14년 금리가 2%일 때 연평균 투자율도 2%대다.

지금 투자가 안되는 게 금리 때문은 아니다. 그렇다면 금리를 내릴 경우 투자가 막 일어나야 하는데 왜 기업들은 500조~600조원씩 갖고 있으면서 투자를 않겠나. 상상을 초월하는 초저금리인데 왜 돈을 들고만 있나. 설명이 안 된다.

지금 금리를 내린다고 하면 우리가 원하는 투자 활성화의 효과는 미미한 반면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전월세 급증 등 부작용은 뚜렷하게 보인다. 1분기만 지표만 봐도 전년 동기 대비 경제지표가 안 좋아졌는데, 제일 큰 게 소비심리 위축이다. 빚이 느니 구매력이 안 좋아진 것이다. 오히려 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인 내수침체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시절부터 연금 전문가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로의 인상 문제에 대해선 어떤 견해인가.

“일단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건 너무나 안타깝다. 여야의 당초 합의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자고 못박은 것이 아니라, 8월까지 안을 만들자는 합의였다.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을 우선 통과시키고 소득대체율 50% 안을 논의해보는 게 차선의 대안은 됐을 것이라 본다.

공무원연금 개혁안만 놓고 봐도, 왜 불만이 없겠나. 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하고 똑같은 수준으로 내리지 않고 더 받느냐 불만도 있을 수 있지만 수천년 동안 피 흘린 혁명에도 만점짜리는 없었다. 그런데 개혁이 만점짜리가 있겠나. 만점까지 못가면 70점짜리라도 가야지, 만점이 아니라고 팽개치면 빵점짜리로 가는 것이다. 0점보단 70점짜리가 낫잖나.

그래서 공무원연금 개혁법을 먼저 처리하고 국민연금은 국민들과 함께 논의를 시작하는 게 맞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50%로 올리는 데 동의하지 않지만, 국민들 가운데선 동의하는 분도 있고 동의 않는 분들도 있으니 논의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도 국회도 이 논의를 싫어하는 것 같다. 특히 청와대가 논의를 차단할 필요는 없다. 국민은 논의할 자유도, 권리도 있다.

나는 국회에 오기 전부터 ‘소득대체율 40%’ 안을 지지했다. 1988년 60%로 시작했지만 이는 우리가 책임질 수 없는 약속을 한 것이었다. 공적연금은 최소한을 보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40%가 적정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고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12일 국회에서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돼 소급입법됐다. 담뱃세 인상 논란이나 연말정산 대란에서 보듯 정부 조세정책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다소 불만도 사고 있다. 또 언젠가는 정부가 복지 재정 확충을 위해 증세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세금 문제에 관한 입장은.

“연말정산과 관련해선, 소급입법 전례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극히 유감이다. 이번 소급입법에서 보듯 정부의 조세정책에 일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다자녀공제, 연금공제를 축소했던 것 자체가 장기적인 정책 방향에도 역행해 다시 환원한 것 아닌가. 정책의 일관성 없음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박근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으니, 약속대로 됐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지하경제 양성화 부분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지금 와서라도 꼭 필요한 복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야 하는 복지부터 선정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본다. 그리고 줄일 수 있는 복지는 무엇인지, 줄일 수 있는 지출은 무엇인지 선별하는 게 먼저다. 그후 필요해서 돈을 더 걷어야 한다는 부분이 생기면 우리 경제 주체들, 기업이든 근로자든 중소기업이든 자영업자든 적정하게 복지 재원을 위한 세금 분담을 해야 한다고 본다.

작년 같은 경우엔 월급생활자가 세금 부담을 거의 떠안은 형국이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3조4000억원이나 늘었지만 법인세는 1조2000억원 줄었다. 정부는 경기가 안 좋아서 기업 매출이 줄어 법인세가 안 걷혔다고 하지만, 매출이 줄고 형편이 안 좋아서 법인세도 못내는 기업 근로자들은 무슨 돈이 있어서 근로소득세를 3조4000억원이나 더 냈겠나. 이건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증세 문제와 관련해선, 법인세를 놓고 얘기하자면 세율을 올리기 전 대기업에 몰린 감면 해택들을 폐지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예컨대 기업의 대표적인 세액감면 항목인 R&D(연구개발) 세액공제는 중소기업들이 거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재벌만 받는 감면부터 폐지하는 게 우선순위이고, 중소기업은 해당되지 않는 최고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과세표준을 먼저 올리는 게 중요하다. 현재는 과표 200억원 초과에 최고세율 22%가 적용되고 있는데, 예컨대 이를 500억원으로 올리면서 세율도 올리는 식으로 바꾸는 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는 자꾸 근로소득세를 올릴 게 아니라, 주식양도차액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대규모 임대수익에 과세하는 것부터 손대야 한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앞으로 3년간 청년 고용 대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고,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독려하기도 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청년 일자리 문제는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일단 내년부터 60세로 정년이 연장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런데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되지 않았나. 어쨌든 경제수장인 최경환 부총리가 책임감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해서 노사정에서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정년 연장 시계가 재깍재깍 시한폭탄처럼 오고 있는데 임금피크제든 임금체계 개편이든 하지 못하면 청년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보게 되는 상황이다. 경제 수장이 하루라도 빨리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이게 가장 급선무인데 이걸 해내지 못하면 청년 일자리 대책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해외로 나가라고만 할 일은 아니고 지원을 해줘야 한다. 무작정 나가라고 하면 낭떠러지로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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