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삼성식 개혁 나선다

입력 2015-05-1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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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ㆍ계열사 실적 위주 평가, 정기인사는 매년 1월로… 유상부 전 회장의 삼성식 개혁도 참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제공=포스코)
“포스코도 삼성그룹처럼 치열한 경쟁과 함께 줄서기 문화의 단절이 필요합니다.” 포스코의 한 사외이사는 18일 “권오준 회장에게 삼성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라고 건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권 회장도 사외이사들의 요청을 적극 수용할 계획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족한 비상경영쇄신위원회(이하 쇄신위)는 매년 3월 주주총회 때 실시했던 정기임원인사를 12월이나 1월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그 동안 한 해의 성과를 평가하는 시기와 정기인사 시점이 달라 연초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000년 민영화된 포스코에 관료주의 잔재가 남아있는 것도 이런 인사 시스템의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에서는 임원들이 대학 동문 모임을 갖는 것은 금기시 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삼성식 개혁을 도입하는 데는 삼성중공업 사장을 지낸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이 1998년 추진한 업무혁신(PI)이 참고됐다. 그는 포스코 계열사를 자생력 갖춘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내부거래 축소를 단행했다. 당시 유 전 회장이 포스코의 일감을 사상 처음으로 포스코건설이 아닌 미쯔비시중공업에 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유 전 회장은 당시 이 사건으로 2년 입사 선배인 박득표 당시 포스코건설 회장과 고성을 내며 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 전 회장은 1970년 포항제철(포스코 전신)에 입사했다. 그는 1994년 11월부터 3년 4개월간 삼성중공업과 일본삼성 사장으로 재직, 삼성의 경영문화를 익혔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은 정권과의 유착을 끊지 못한 오점도 있지만 그룹의 순익을 1조원대로 높일 만큼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한 것은 분명 성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권 회장의 쇄신도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나 소폭의 변화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게 내부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쇄신위는 앞으로 포스코 원로, 국내외 주주, 고객, 협력사들의 의견을 청취해 개선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권 회장은 쇄신위의 위원장을 맡았다. 분과별로는 △구조조정 조청명 부사장 △책임경영 곽창호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인사혁신 윤동준 부사장 △거래관행 오인환 부사장 △윤리ㆍ의식 김진일 사장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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