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 제조기’로 악명 높은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오사카시 폐지 방안의 주민투표가 부결되자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오사카시를 폐지하고 오사카도를 5개 특별 행정구로 분할하는 ‘오사카도 구상’이 17일(현지시간) 찬반 투표에서 반대 70만5585표, 찬성 69만4844표의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이에 도루는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투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내 책임”이라며 “연말까지인 시장 임기를 마치고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말했다.
하시모토가 대표를 맡은 유신당은 이중 행정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며 ‘오사카도 구상’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자민당과 공명당 민주당 공산당 등 각 정당은 조직 개편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주민 서비스가 저하될 수 있다며 반대를 호소했다.
유신당의 에다 겐지 대표 등 당 지도부도 18일 새벽 주민투표 패배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이는 유신당과 연계해 개헌을 추진하려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권 운영에도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16년 여름 참의원 선거 후 발의를 목표로 개헌을 추진해왔으며 아베 총리는 내심 유신당의 협력을 기대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하시모토 도루의 몰락에는 끝없이 쏟아내는 망언도 한 몫 했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 2012년 원조 우익인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와 손잡고 그 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당을 일약 제2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2013년 5월 “위안부는 당시에 필요한 제도였다” “오키나와에서의 미군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풍속업(매춘업)을 활용할 것을 건의한다” 등의 망언을 쏟아내 세계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그 해 도쿄 도의회 선거와 참의원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했다.
마지막으로 ‘오사카도 구상’에 정치적 승부수를 걸었으나 이마저도 주민투표 부결로 꺾인 것이다. 그러나 중앙 정치권은 어떻게든 하시모토 도루가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며 정계은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