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오는 21일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 방문 계획을 전격으로 발표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보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인천시 송도의 컨벤시아에서 열린 ‘2015 세계교육포럼 개회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목요일 개성공단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반 총장은 2006년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개성공단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유엔 사무총장으로는 처음이다. 반 총장은 방한 전에 이미 개성공단 방문을 계획하고 뉴욕의 북한 채널과 한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반 총장은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해 경의선 육로로 개성공단에 들어가 입주 기업을 둘러보고 북측 근로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그는 개성공단 방문 성사 배경과 관련해 “저의 방문이 조금이나마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남북한 정부와 협의해 양측의 동의를 얻어 가게 됐다”고 말했다.
남북 간 장기간 대화 단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비롯한 북한의 잇단 도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설 등으로 말미암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다. 더욱이 개성공단은 최근 북한 근로자 임금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증폭됐다.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의 방북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어 넣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한반도 평화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문에는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등이 수행하고 현지에서는 김남식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이 맞이할 전망이다. 특히 북측이 평양에서 고위인사를 보내 반 총장을 영접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반 총장은 북핵과 경협 등 남북 현안을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남북 당사자가 직접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유엔은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가 유일하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선 “성 회장과는 충청포럼 회원으로서 몇 번 참여한 일이 있고 국내에 있었을 때는 꽤 여러 차례 만났다”며 “성 회장과 특별한 관계가 없고 둘이 앉아서 (정치 관련)을 논의하는 사이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반 총장은 자신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 “국내 정치는 한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시는 분들이 국민의 판단을 받아서 역할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저에 관한 추측이나, 정치적 행보가 어찌 될 것인지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반 총장은 대선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아 대권설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