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태현, 왜 스타 넘어선 진정한 스타일까? [배국남기자의 17년간의 취재일지]

입력 2015-05-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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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에 대한 1998~2015년 17년간의 취재 기록들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 제작발표회서 차태현.(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PD로 나오는 제 모습이 어떻게 나올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서수민 CP가 처음에 그런 부분이 오히려 재미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함께 나오는 연기자분들이 너무 잘하고 박지은 작가의 극본과 표민수 감독의 연출이 워낙 좋아 저만 잘하고 동료와 후배 연기자들을 뒷받침 잘하면 ‘프로듀사’가 시청자에게 사랑 받을 것 같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에서 열린 KBS 2TV 새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 제작발표회에서 차태현이 한 말을 들으면서 1998년 한 드라마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차태현의 모습과 옆에 있던 김정은의 말이 떠오른다. 1998년 방송된 MBC 드라마 ‘해바라기’촬영장에서 만난 김정은은 이 드라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의사 허재봉 역을 맡은 차태현에 대해 “저와 같은 신인 연기자인데도 동료 연기자들을 참 많이 배려해줘요. 아주 고맙지요”라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스타는 정말 빛난다. 그 빛남은 조연과 수많은 단역배우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하다. 그런데 주연이면서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을 빛나게 해주는 스타가 있다. 차태현(39)이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 17년간 촬영장에서 그리고 인터뷰장에서, 기자간담회에서 그리고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차태현은 스타가 되기 전 무명과 신인, 조연일 때도 주연과 조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신을 죽이고 동료 연기자를 빛나게 했던 연기자다. 물론 스타가 된 이후에도 함께 출연하는 연기자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며 자신보다 상대 배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한다. 차태현은 정말 가장 이상적인 스타라고.

“매우 좋아요. 늘 받쳐주고 힘이 되는 선배이자 동료이지요. 자기보다 동료 연기자들이 돋보이게 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요.”방송 전부터 화제가 된 KBS 드라마 ‘프로듀사’에 출연한 공효진이 함께 작업하는 차태현에 대한 언급이다.

(사진=KBS 2TV 방송화면 캡처)

KBS ‘1박 2일’ 방송을 한번만이라도 본 시청자라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차태현은 동료들이 더 웃음을 줄수 있도록 리액션에서부터 분위기 조성까지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게스트나 동료 연예인에 대한 차태현의 따뜻한 배려가 TV화면 너머의 시청자에게까지 전달됐다”고.

17년 전 신인 때나 그리고 스타가 돼 왕성한 활동을 한 현재에도 차태현에 대한 동료 연기자들의 의견은 일치한다. 또한, 차태현에 대한 시청자 소감 역시 오랫동안 한결같다. 그 일치와 한결같음은 함께 일하는 동료를 자신보다 먼저 챙기는 연예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스타가 차태현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알려준다.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은 수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 작업이잖아요. 혼자서 잘한다고 작품이 잘 되는 것 아니에요. 출연진과 제작진이 서로 힘을 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결과가 좋아요.”동료 연기자와 스태프, 출연진에게 남다른 배려를 하고 뛰어난 조화를 이루는 비결을 묻는 말에 대한 차태현의 대답이다.

당연한 말 같다. 쉬워 보인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연예계에선 남들보다 더 돋보여야, 그리고 눈길을 끌어야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입과 인기가 직결되는 스타성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예계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이 펼쳐지는 생존의 정글’이라는 말이 나도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태현은 최고의 선배이자 후배, 그리고 동료 연예인로 꼽힌다.

차태현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등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함께 작업하며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상황에서 파트너로서 가장 돋보이는 면모는 바로 뒷받침이다. 1995년 연기자로서 첫 출연작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전도연을 짝사랑하는 학생역 등 단역에서부터 1998년 ‘해바라기’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을 때까지는 차태현은 주연과 조연들이 시청자의 각광을 받고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에 몰두했다. 그는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조연의 빼어난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결코 스스로 빛나려 나서지 않았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 스틸컷(사진=신씨네)

1999년 MBC 드라마 ‘햇빛 속으로’에서 주연을 맡아 30%대 높은 시청률을 이끌고 2001년 영화‘엽기적인 그녀’로 최고의 스타덤에 오를 때도 차태현은 자신의 역할을 진정성 있게 연기하면서도 상대 여자 주연을 더 돋보이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햇빛 속으로’ 제작현장에서 만난 여자 주연 김현주와 김하늘은 “차태현은 남자 주연이면서도 여자 주연들의 캐릭터가 잘 살도록 대본 연습에서부터 극 중 연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해줬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차태현은“상대역을 돋보이게 해주면 반드시 자신의 캐릭터도 산다는 것을 얼마 되지 않는 연기자 생활에서 체감했다”고 했다.

스타를 넘어선 최고의 연기자로 자리 잡는 덕목 중 하나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력과 뒷받침 외에 일하는 사람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특히 연출과 작가, 제작진, 스태프, 연기자 등 개성이 강하고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의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 작업에는 다른 작업자와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일부 스타 연기자들은 촬영장에 늦게 나타나는 것에서부터 스태프에 대한 무례한 태도에 이르기까지 몰지각한 행동과 제작진과의 부조화로 인해 작품을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차태현은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스태프, 제작진, 동료 연기자와 가장 조화를 이루는 스타로 정평이 나 있다. ‘1박 2일’의 유호진PD는 “차태현 씨는 현장에서 스태프들을 배려하면서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뿐만 아니라 연예인 멤버와 단발로 출연하는 게스트 간의 가교 구실을 하며 멋진 조화를 이뤄내는 프로그램의 없어서는 안 될 주역 중의 주역이다”고 찬사를 보낸다.

차태현은 “부모님이 방송 일을 하셔서 어려서부터 이 분야의 성공의 관건은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조화와 협업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연기자가 연기에 최선을 다하듯 스태프나 제작진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기에 서로의 영역은 존중하고 공동 작업을 할 때는 조화를 이뤄야 좋은 성과물이 나온다”며 팀워크와 공동작업자들과의 조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장 이상적인 진정한 스타로서의 최고의 자질은 단점을 지난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장점을 갖고 있는 사람의 강점을 더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흥행에 성공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코믹 연기에 약한 오지호를 위해 차태현은 더 망가지고 더 과장된 연기를 펼쳐 오지호가 조금만 웃겨도 웃음을 유발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차태현은 영화‘과속 스캔들’에서 아역 연기자 왕석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빛을 발하도록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해줄 뿐만 아니라 철저히 왕석현의 연기에 맞춰 자신의 연기의 완급과 강도를 조절해줬다.

차태현은 “작품과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연기력을 갖췄어도 100% 잘 발휘할 수 없는 연기자가 있다. 이럴 경우 함께 출연하는 연기자들이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연기가 잘 풀리지 않는 연기자들도 제 기량을 회복해 연기력을 잘 펼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KBS 2TV 드라마 '프로듀사' 속 차태현.(사진=KBS 2TV )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에 가보면 두 부류의 연기자가 있다. 실수하는 연기자나 스태프에 대해 질책하고 힐난하는 스타일의 스타와 실수를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작업이 끝나는 순간까지 챙기는 유형의 연기자가 바로 그것이다. 현장 스태프와 연출진은 차태현은 후자 유형의 연기자라고 단언한다.

이상적 스타로서 차태현이 빛나는 자질 중의 하나가 자신의 행위에 당당히 책임을 지는 태도다. 작품의 실패를 동료 연기자나 제작진에 돌리는 스타들이 참 많다. 하지만 차태현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과속 스캔들’이후 한동안 출연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이때 차태현은 “제가 잘못해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파악해 앞으로 내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최고의 이상적 스타로서의 차태현 효과는 여러 측면에서 나타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차태현의 상대 여배우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높은 인기를 얻고 스타로 부상하거나 스타성을 배가시켰다. ‘해바라기’김정은을 시작으로 김민희 채림 김현주 전지현 예지원 박보영 등 수많은 여자 배우들이 최상의 연기 파트너 차태현과 함께 작업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이 때문에 “차태현과 함께 출연하면 여배우는 반드시 뜬다”는 말이 방송가와 영화계에 정설처럼 떠돌고 있다.

무엇보다 공동 작업자를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며 뒷받침하고 조력해 최상의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파트너십을 발휘하는 차태현으로 인해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의 작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완성도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스타 혼자서 잘한다고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서로의 분야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뤄 작업을 잘해야 만이 성공할 수 있다.”20년차 연기 스타, 차태현의 신념에 가까운 지론이다.

이 지론을 20년 동안 작품 속에서 묵묵히 실천하기에 시청자와 관객 그리고 대중은 차태현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인기라는 소중한 무형의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동료 연예인과 제작진, 스태프들은 차태현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바람이 많아 차태현의 스타성과 경쟁력이 배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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