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이/길 위에 날리는 먼지 같아/바람 따라 이리저리 뒤집히니/이에 인생이 무상함을 알겠네/세상에 나오면 모두가 형제인데/하필 한 핏줄만 따질 것 있나/기쁜 일은 마땅히 서로 즐기고/한 말 술이라도 이웃과 마셔야지/젊음은 다시 오지 않고/새벽은 하루에 두 번 오지 않네/좋은 때에 마땅히 힘써야지/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느니”[人生無根蔕 飄如陌上塵 分散逐風轉 此已非常身 落地爲兄弟 何必骨肉親 得歡當作樂 斗酒聚比隣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첫 행의 蔕는 꼭지 체, 밑 대로 읽는 글자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사막에서 만난 어린 왕자와 꽃의 대화가 나온다. 어린 왕자가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꽃은 “예닐곱 명 대상(隊商)이 지나가는 걸 봤지만 바람에 불려 돌아다니니 어딜 가야 만날지는 모르겠다”며 사람들은 뿌리가 없어 많은 불편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도연명이 노래한 인간도 그런 존재다. 그러니 서로 사랑하고 보살펴야 하지 않겠는가.
약간 뉘앙스가 다르지만 백낙천의 ‘비파행’(琵琶行)에는 “우리는 똑같이 하늘가에 떠도는 신세/이제 만났으니 초면인들 무슨 상관이랴”[同是天涯淪落人 相逢何必曾相識]는 시구가 있다.
호월일가(胡越一家)라는 말도 있다. 북방의 이민족 胡와 남방의 이민족 越이 한집안이 되었다는 뜻이다. 중원의 漢族(한족)을 중심으로 천하가 통일돼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나 타향 사람들이 한곳에 모인다는 건데, 중국 한족 위주의 세계관에서 나온 말이다. 사해일가(四海一家)도 같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