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뢰한’ 전도연ㆍ김남길, 이 죽일 놈의 사랑

입력 2015-05-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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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 포스터(CGV아트하우스)

영화 ‘무뢰한’(제작 사나이픽처스, 배급 CGV아트하우스, 감독 오승욱)은 지독하게 사실적인 묘사로 몰입을 선사한다. 하드보일드(hard-boiled) 장르는 ‘무뢰한’ 속 냉혹한 세계를 실감 나게 그려내는 가장 적합한 장치다.

잘 나가는 ‘텐프로’ 출신 마담에서 빚으로 타락해 변두리 단란주점 마담이 된 여주인공 김혜경(전도연 분)의 삶은 시대의 어두운 그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일중독에 빠진 비정한 형사 정재곤(김남길 분)은 치열하고 잔인한 세상의 사각지대에서 누구보다 외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두 남녀 주인공의 멜로는 특별하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하드보일드와 멜로를 하나의 장르로 표방하고 있는 ‘무뢰한’이라면 더욱 그렇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살인범 박준길(박성웅 분)을 잡기 위한 형사 정재곤의 의도적 접근으로 이뤄진다. 정재곤은 박준길의 정보를 얻기 위해 그의 여자인 김혜경이 일하는 단란주점 영업부장으로 위장 잠입한다.

▲'무뢰한' 스틸컷(CGV아트하우스)

오로지 범인을 잡겠다는 일념 하나로 행동하던 정재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김혜경에게 빠져든다. 밑바닥 인생에서 잃을 것 하나 없이 자존심 하나로 사는 술집 여자. 외적인 화려함 속에 감춰진 그녀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순간 정재곤은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남녀주인공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극한으로 치달을수록 비참해진다. 여느 커플처럼 다정한 고백도, 소소한 데이트도 없다. 이들의 사랑은 호감이 아닌 연민으로 시작됐고, 충동적이며 무계획적이다. 살기 위한 서로의 절박함은 사랑의 감정과 충돌해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진심이 묻어난다는 점은 ‘무뢰한’이 표방한 하드보일드 멜로의 매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서로의 마음을 단 한 번도 확인한 적 없지만 물에 젖듯 서로의 인생에 녹아들어가는 두 사람의 감정이 소용돌이처럼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무뢰한' 스틸컷(CGV아트하우스)

이 과정에서 배우 전도연의 존재감은 강렬하다. ‘접속’ ‘해피엔드’ ‘밀양’ ‘하녀’ 등으로 최고 여배우 자리에 있는 전도연은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는 설렘과 버려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 인생 막바지에 만난 낯선 남자에 대한 호기심과 자신도 모르게 커지는 사랑, 가진 것은 없지만 세상에 지고 싶지 않은 자존심 등 전도연은 김혜경의 복잡한 감정을 특유의 감정 연기로 소화한다.

데뷔작 ‘킬리만자로’에서 진짜 조폭과 형사의 비릿한 현실을 그려 과장된 한국 느와르의 틀을 깼다는 평을 들은 오승욱 감독은 ‘무뢰한’에서 리얼한 인간 군상의 감정을 담았다. 착한 멜로에 길든 관객들은 극한의 삶 속에서 진하게 피어나는 멜로를 보며 사랑의 감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상영시간 118분, 청소년관람불가,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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