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이사, ‘QE 확대’ 발언 경솔했다”...특정 헤지펀드에만 특혜 의혹

입력 2015-05-20 14:34 수정 2015-05-2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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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느와 꾀레 ECB 이사. 사진=블룸버그

유럽중앙은행(ECB)의 브느와 꾀레 이사가 비공개 석상에서 ECB가 양적완화(QE) 규모를 앞당겨 확대할 것이란 계획을 깜짝 발표하면서 일부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꾀레 이사는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버클리호텔에서 열린 강연 종반에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5월과 6월에 양적완화(QE)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꾀레 이사는 “ECB는 7월 중반부터 8월까지 휴가 기간을 맞아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할 의향이 있다”며 “필요하다면 매입을 앞당겨 실시하고 시장 유동성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9월에 추가로 매입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날 강연회 자리는 언론에는 비공개로, 5개 중앙은행의 관계자와 주최 측인 헤지펀드 브리번 하워드 에셋 매니지먼트, 또한 브리번이 자금을 대는 단체를 포함한 연구 그룹 등 125명만 참석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자리는 ECB 등 중앙은행들이 정보 교류와 상호 작용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기회 균등이라는 점에서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등 투자자는 시장이 반응하기 쉬운 정보를 한시라도 빨리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상당한 이익을 거두거나 어머어마한 손실을 내거나 큰 차이가 난다.

이날 꾀레 이사의 발언은 일부 시장 참가자들이 평소 예측했던 내용이긴 하지만 ECB의 QE 운용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날 시장이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의 발언 여파로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02% 하락한 1.1148달러를 기록했다. 유로·엔 환율은 0.01% 빠진 134.56엔을 나타냈다. 유럽 국채와 주식,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 독일 국채 수익률은 최대 10베이시스포인트(bp, 1bp = 0.01 %) 떨어졌다.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프랜시스 허드슨 글로벌 더매틱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 자료 일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다른 시간에 전해졌다면 경솔했다고 생각된다”며 “시장의 모든 사람이 같은 시간에 그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발표 시기를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일부 관계자에 대한 특혜로 간주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인 LNG캐피털의 창업자 루이스는 “ECB가 실시하려는 조치에 대해 19일 아침 공개되기 전에 알았다면 투자자는 분명히 유리한 입장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꾀레 이사는 “원래 전날 내용을 공개할 생각이었으나 착오로 이날 아침까지 공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연설은 이른바 ‘채덤하우스 룰(The Chatham House Rule)’ 적용 대상이어서 굳이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채덤하우스 룰이란 참가자가 회의에서 획득한 정보를 자유롭게 사용하되 발언자의 신상과 소속, 또는 다른 참가자의 신상과 소속을 밝히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채덤하우스 연구소에서 유래된 이 규칙은 자유 토론을 돕고, 회의에서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ECB는 현재 월 6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오는 9월까지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실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유럽 경제와 물가상승률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자 ECB가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조기에 끝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행사를 주최한 브리번 하워드 에셋 매니지먼트의 스콧 베센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패널 토론에 참석한 뒤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고 현지시간으로 오후 4시45분에 행사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ECB 이사회 멤버의 강연 내용은 엠바고와 함께 언론에 공개되며, ECB의 웹사이트에 게재된다. ECB는 비공개 행사에서 강연 원고를 공개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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