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 성장률 전망치 2%대라고 공식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입력 2015-05-20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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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 매몰 우려...3가지 전제 달성하지 않으면 큰일나겠다는 경고 강조하기 위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KDI 2015 상반기 경제전망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거시경제연구부장. (사진=뉴시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해 20일 발표했다.

특이한 점은 구조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이 뒷받침됐을 때라는 3가지 전제를 가정해 수치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재정은 지금 수준의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고, 기준금리는 1∼2차례 더 인하해야 겨우 3.0%를 기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 3가지는 단기간에 매우 달성하기 힘든 목표인 만큼 사실상 2%대 성장률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다면 KDI는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성장률이 2%대라고 하지 않고 굳이 3%대를 사수해 발표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KDI는 이전까지 세계성장률, 환율, 유가 정도만 전제를 달고 그외에는 전제를 하지 않은 중립적인 전망 숫자를 공개해 왔다. 다른 전망기관들도 통상은 발생하지 않은 정책변수들을 수치에 반영하지 않는다.

KDI가 이번에 이 같은 ‘변칙’을 감행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경제에 경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과 함께 양대 국내 최고 경제전망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KDI가 올해 성장률을 2%대로 발표하면 우선 경제심리에 큰 충격을 준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3%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으며 3.0%는 사실상 성장률 하한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대라고 공식화하지 않은 더 중요한 배경은 2%대라고 발표했을 경우 숫자에 매몰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이번 경제전망의 핵심은 숫자 그 자체보다는 3가지 구조개혁을 안하면 한국경제가 정말 큰일 나겠다는 경고를 날렸다는 것”이라며 “3가지 전제를 실제 시행한다고 하다라도 3.0% 밖에 안된다는 절박한 상황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단순히 기존과 같이 2%대로 발표하면 숫자에만 이목이 집중됐을 것”이라며 “고민 끝에 기존 전망 방식과 달리 이번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자고 내부적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요청에 억지로 KDI가 올해 성장률을 3%대를 유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의 압박에 3.0%을 내놓은 것이었다면 이렇게까지 3가지 전제를 강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미 대외적으로는 KDI가 사실상 2%대로 전망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올해가 지난해(3.3%)보다 더 낫거나 같을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올해 성장률이 보수적으로 봐도 작년 수준인 3.3% 성장률은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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