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예능‘1박 2일’ 그리고 김태희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5-05-2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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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송 캡처)

서울대에서 ‘1박 2일’ 이 진행됐다고? 5월 17일 KBS 2TV ‘1박2일-서울대 가다’ 방송 직후 다양한 의견이 쏟아진다. 시청자의 뜨거운 반응 촉발은 ‘서울대’의 상징성, 고정관념, 편견과 ‘1박 2일’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만남 때문이다.

‘서울대 공화국’ 이라는 여섯 음절의 표현이 우리 일그러진 현실을 어느 정도 표출하듯 서울대 출신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계, 언론계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서울대의 나라’를 통해 대한민국 각 분야의 권력을 독식하는 학벌주의와 학연주의의 정점이 서울대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런 현실 때문인지 우리 사회 스펙의 제일 높은 곳은 서울대다. 학생들의 대학에 대한 꿈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서울대를 웃음을 짓게 하는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의 촬영 소재와 무대로 삼은 자체가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언뜻 어울리지 않게 보이는 예능과 서울대의 부조화가 관심과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1박 2일’의 흥미로운 시도와 다양한 시청자 반응을 보다 보니 떠오른 사건과 인물이 있다.

바로 1996년 KBS ‘열린 음악회’ 서울대 녹화 논란과 스타 김태희다. 서울대는 1996년 10월 개교 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KBS ‘열린 음악회’를 유치하고자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논란이 일었다. 일부 서울대 음대교수들이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서울대 캠퍼스에 트로트 등 대중음악이 울려 퍼지면 학문 분위기가 흐려진다”며 녹화를 반대하고, 일부 교수들이 “ ‘열린 음악회’를 유치하겠다면 대중가요 위주의 현행 편성방식을 바꿔 클래식 비중이 절반이 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대중 사이에서도 ‘열린 음악회’ 의 서울대 촬영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김태희. (뉴시스)

이 논란은 서울대 교수 등 일부 전문가와 사람들이 보이는 서울대와 대중문화에 대한 편견과 문제점을 동시에 노출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대중음악을 비롯한 대중문화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다. 문화를 인간의 사고와 표현의 뛰어난 정수(精髓)이며 탁월한 가치 표현이라는 정의에 입각한 엘리트주의적 시각을 설파한 ‘교양과 무질서’의 저자 매슈 아널드(Matthew Arnold)처럼 상당수 지식인과 일반인들은 대중문화를 열등하고 저질의 문화이자, 클래식 같은 고급문화에 해악을 끼치고 사람들의 취향을 저급화시키는 문화라는 왜곡된 인식으로 대중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폄하한다. 이러한 인식은 20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해 대중문화의 진정한 가치와 진화를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최고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그것도 서울대에서 감히 이런 저질의 대중문화의 장이 펼쳐질 수 있느냐는 서울대에 대한 오만한 시선까지 더해졌다.

김태희를 묘사하는 강력한 수식어 중의 하나가 바로 ‘서울대 출신 연예인’이다. 김태희뿐만 아니다. 서경석 이상윤 등 서울대를 졸업한 연예인들에게는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 홍보자료 등에서 조건반사적으로 ‘서울대 출신 연예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대 출신 연예인’이라는 용어에서도 서울대와 대중문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유독 연예인과 연예계에서만 ‘서울대’ 라는 것을 강조한다. 서울대 출신 관료-정치인, 서울대 출신 법조인, 서울대 출신 의사, 서울대 출신 교수, 서울대 출신 언론인 이런 표현들은 대중매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대 출신 연예인’ 이라는 표현은 연예인은 무식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며 서울대 나와서 연예인을 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왜곡된 시선과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왜곡된 시각을 견지한 보수적 엘리트와 사람들의 연예인과 대중문화에 대한 경시와 서울대에 대한 편견이 ‘서울대 출신 연예인’이라는 문제 있는 표현을 일상화한 것이다.

2015년 5월 KBS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펼쳐지는 서울대와 서울대 학생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송강호에게 출신 대학을 묻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이 송강호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모른다. 연기를 정말 잘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은 배우생활과 전혀 상관없는 거다. 대학 졸업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서울대 출신 배우로 생각하면 내가 연기를 못하고 있는 거다”라고 말하는 배우 정진영의 말을 들으면서 아직도 뿌리 깊은 서울대와 대중문화에 대한 잘못된 시선이 조금은 개선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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