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양광업체 하너지, 24분 만에 시총 21조 증발...대체 무슨 일?

입력 2015-05-21 08:34 수정 2015-05-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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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증시서 주가 47% 폭락한 뒤 거래 중단…주가 조작·분식회계 등 의혹 끊이지 않아

지난 1년간 주가가 파죽지세로 치솟으며 중국 태양광산업의 신성으로 떠오른 하너지박막발전그룹(이하 하너지)에 심상치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너지는 20일(현지시간) 홍콩증시에서 24분 만에 주가가 47% 폭락해 시가총액이 약 190억 달러(약 21조원) 증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주가 폭락 후 하너지 주식은 거래가 중단됐다.

하너지는 모회사인 하너지그룹의 리허쥔 회장의 리더십 아래 지난 1년간 주가가 6배 이상 뛰었다. 리허쥔은 끊임없이 에너지사업에 대한 비전을 밝혀 투자자들을 열광시켰다. 그는 자동차와 전화 텐트 위성 손전등 빌딩 조명기기 드론과 의류 등 거의 모든 제품에 태양광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주가 급등으로 리허쥔 회장은 마윈 알리바바그룹홀딩 회장을 제치고 중국 최고 부자에 등극하기도 했다.

하너지 시가총액은 이날 폭락 전에 약 387억 달러에 달해 태양광업체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으며 심지어 소니와 테슬라, 트위터 등 손꼽히는 IT기업을 능가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태양광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희망이 악몽으로 바뀐 것이다. 리 회장이 이날 예정됐던 주주총회에 불참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을 촉발해 투매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단기간에 주가가 과도하게 올라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등 의혹이 끊이지 않았는데 리 회장의 불참이 이런 뇌관을 터뜨린 셈이다. 하너지는 리 회장이 베이징에서 열린 하너지클린에너지엑스포센터 개관식에 참석하느라 주주총회에 오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하너지 지분 74.96%를 보유한 대주주인 리 회장이 주총에 빠진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월 하너지의 매출 거의 대부분이 모회사인 하너지그룹을 통해 이뤄지며 순이익률이 50%를 넘는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또 하너지그룹이 하너지에 대금 결제를 미뤄 회사는 장부상 이익이 많지만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현금은 적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하너지가 상당량의 태양광 장비를 모회사 공장에 공급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들 공장 대부분은 아직 생산량이 정상 가동 수준에 못 미친 것으로 나왔다.

홍콩증권선물거래위원회는 최근 하너지 주식을 매수했던 트레이더들과 투자자 그룹을 소집해 주가 조작 의혹도 조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광둥성의 한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리허쥔은 북방교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들어갔으나 석사 과정 1년 만에 중단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이 3개월 만에 망하자 베이징 중관춘에서 노점상을 하는 등 고생을 하다가 1994년 청정에너지로 눈을 돌려 하너지그룹을 설립한다. 하너지는 수력발전과 태양광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마침내 중국 최대 민간청정에너지업체로 발돋움했다. 특히 그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처럼 원대한 계획을 자주 밝혔다. 하너지는 오는 10월까지 100%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차를 시장에 내놓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니 체이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 태양광산업 애널리스트는 “하너지 기술 포트폴리오 대부분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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