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설에서는 사랑하는 부부를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에 빗대어 비익연리(比翼連里)라고 부른다. 비익조는 암수의 눈과 날개가 각각 하나뿐이어서 언제나 짝을 지어 날아다니는 전설의 새이며, 연리지는 처음에 따로 나왔지만 자라면서 가지가 맞닿아 하나가 된 나무를 말한다.
이렇게 새와 나무를 통해 표현된 천생연분의 숙명적 사랑은 당의 시인 백낙천(772~846)의 장한가(長恨歌)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는 당 현종(玄宗·712~756)과 중국 4대 미녀 중 하나라는 양귀비(楊貴妃)의 비련(悲戀)을 서사시로 살려냈다. 당 현종이 죽은 지 50년이 지나 그가 34세일 때 친구 왕질부(王質夫)와 진홍(陳鴻)이 그를 찾아와 선유산에 놀러 갔다. 그때 당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이 화제에 올랐다. 왕질부의 제의에 따라 백거이는 시로, 진홍은 산문으로 그들의 사랑을 되살려 냈다. 진홍이 백낙천의 시를 토대로 ‘장한가전’(長恨歌傳)을 지었다는 설도 있다.
백낙천의 장한가는 전체가 4장에 장장 120행으로 이루어진 장편 서사시인데, 비익조와 연리지는 마지막 장에 나온다. 도사의 환술(幻術)로 양귀비의 영혼을 찾은 당 현종이 미래에서의 사랑을 확인했으나 천상과 인계(人界)의 단절 때문에 살아 있는 한 되뇌어야 할 뼈저린 한탄이 길게 여운을 끈다. “7월 7일 장생전/인적 없는 깊은 밤에 속삭이던 말/하늘 나는 새라면 비익조 되고/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 했지/천지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 있겠지만/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私語時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시가 아주 쉽지는 않지만 하도 많이 알려져 ‘동자해음장한곡’(童子解吟長恨曲)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어린 아이들도 능히 알아듣고 읊을 수 있는 장한곡이라는 뜻이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