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세종시에 새로 둥지를 튼 국세청사 앞에는 회색빛 금속 조형물이 세워졌다.
차가운 표정의 이 조형물은 금방 '저승사자'라는 별칭으로 세종시에서 유명해졌다.
기괴하게 웃는 얼굴에 삿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조형물이 풍기는 분위기가 딱 저승사자를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두 팔을 올리고 춤을 추는 듯한 동작은 지나가는 사람을 휘감을 것처럼 위압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어스름해지면 한층 섬뜩한 느낌을 줘 저녁 늦게나 야근 후 아침 녘에 퇴근하는 국세청 직원들은 '저승사자'를 보고 멈칫거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일부 민원인들은 국세청이 납세자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일부러 저승사자 이미지의 조형물을 설치한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에 일각에선 탈세를 엄단해야 하는 국세청의 단호한 이미지를 잘 형상화했다는 그럴 듯한 해석도 나왔다.
이런저런 억측이 난무하면서 국세청은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세종청사관리소가 설치한 조형물일 뿐"이라고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세종청사관리소에 따르면 문제의 조형물은 '저승사자'라는 별칭과는 거리가 멀게 실제 작품명이 '흥겨운 우리가락'이다.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우아한 동작과 품위가 특징인 우리나라 전통 춤사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애써 설치한 조형물이 애꿎게도 죽음을 가져다주는 '저승사자'로 둔갑했다는 얘기다.
그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 직원들을 상대로 최근 설문조사를 해보니 조형물에 대한 부정적인 답변이 우세했다.
애초의 작품기획 의도가 한국 전통춤의 미(美)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저승사자'의 이미지로 와 닿는다는 것이었다.
결국 국세청은 세종청사관리소와의 협의를 거쳐 '저승사자'를 다른 데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저승사자가 있던 자리에는 나무를 심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민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조형물이 작품의 원래 의도와 달리 저승사자로 받아들여져 난감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세종청사관리소가 5개월여 만에 국세청사 앞에 있던 조형물을 100여m 떨어진 곳에 옮겨 놓은 장소는 공교롭게도 행인들이 많은 한국정책방송원(KTV) 옆 대로변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저승사자'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