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경기회복의 기대와 우려

입력 2015-05-2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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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서울대겸임교수,전 고려대 총장

최근 정부는 경기가 완만한 개선흐름을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개선되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장기침체로 인해 실업과 부채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보통 반가운 일이 아니다. 경기가 회복국면이라는 근거는 자산시장의 활황에서 찾을 수 있다. 증권시장이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 종합주가지수가 2100선을 넘었다.

주택거래도 급증하여한달 거래량이 12만 건에 달한다. 증권시장이 살아나면 기업들이 저렴한 자금을 조달하여 투자를 늘리는 것은 물론 투자자들의 재산가치가 늘어 가계소비가 증가한다. 주택시장이 살아나면 하우스푸어 문제가 해소되고 건설산업은 물론 가구와 가전 등 연관산업의 활성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막상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산시장의 활황이 거품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해 8월 이후 세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여 사상최저 수준인 1.75%로 낮추었다. 시중에는 8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떠돌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 4개월 동안 6조원이 넘는 외국자본이 몰려오자 주가가 급격히 치솟았다.

주택시장의 활황도 전세난이 근본원인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아파트 가격대비 전세가율이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시중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자 차라리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이 낫다는 주택구매심리가 급속히 확산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대폭완화하자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이 봇물을 이루었다. 증권시장과 주택시장이 모두 언제 다시 추락할 지 모르는 전형적인 유동성장세이다.

실제로 최근 자산시장 활황은 시한부나 다름없다. 가장 우려가 큰 것이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이로 이해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면 증권시장은혼란상태에 빠질 수 있다. 더욱이 외국자본 유출이 국내 금리인상을 촉발 할 경우 대출금상환이 어려운 가계가 빠른 속도로 는다. 무엇보다도 가계대출의 증가는 주택시장을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지난달 기준으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418조원에 이른다. 올 1~4월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매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18조이나 늘었다.

특히 4월 한 달에만 무려 8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상환이 제대로 안될 경우 주택가격상승은 물거품이 된다. 주택시장의 분양열기도 걱정이다. 올해 예정된 아파트 분양만 40만 가구에 이른다. 자칫하여 미분양 사태가 다시 빚어질 수 있다. 증권시장과 주택시장이 거품으로 꺼질 경우 우리경제는 회생이 어려운 혼란과 불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 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감소하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 특히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올 들어 계속 감소세이다. 지난 4월에는 수출이 무려 전년 동기 대비 8.1%나 줄었다. 내수는 실종 상태가 된지 오래이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것은 물론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3% 성장도 어려운 상태에서 체감실업률이 10%를 넘었다. 설상가상으로 1000조원이상의 가계부채가 근로자들을 부도의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현 상황에서 증권시장과 주택시장의 활황은 양날의 칼이다. 방치하면 경제를 투기 거품으로 무너뜨리지만 올바르게 활용하면 경제를 살리는 힘이 된다. 우리경제는 아무리 어려워도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근본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하여 자산시장의 활황이 기업투자와 가계소비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를 다시 일으키는 동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연구개발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규제를 완화하여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대거 창업에 나서게 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수직적인 지배대상이 아니라 수평적인 협력대상으로 여겨 미래산업을 발굴하고 일자리를만드는 상생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근로자들도 자괴감에 빠져 무력하게 있을 것이 아니라 아무일이라도 팔을 걷고 하고 소비를 늘려 경제의 주인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산시장 활황이 경제를 살리고 경제살리기가 다시 자산시장 활황을 가져오는 선순환을 형성해야 한다. 경제는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살려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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