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5월 22일 耕前鋤後(경전서후) 앞에서 밭 갈고 뒤에서 김매고

입력 2015-05-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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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부부는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 자녀 양육, 농사는 물론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을 비롯한 모든 집안일에 합심협력해야 좋은 가정을 이룰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경전서후(耕前鋤後), ‘남편은 앞에서 밭을 갈고 아내는 뒤에서 김을 맨다’는 말을 생각해 보자.

‘귀거래사’(歸去來辭)로 유명한 도연명(365~427)이 41세 때 팽택현(彭澤縣)의 현령으로 일하던 중 순시하는 상급 관리를 영접해야 할 일이 생겼다. 이때 그는 “내 어찌 쌀 다섯 말 때문에 허리를 굽혀 향리의 어린아이에게 절할 수 있겠는가”[我豈能爲五斗米 拜腰向鄕里小兒]라고 한탄하고는 귀거래사를 부르며 관직을 떠났다. 이 말을 요약한 ‘오두미절요’(五斗米折腰)는 적은 봉급을 받느라 굽신거린다는 뜻이다.

그는 그렇게 벼슬을 버린 뒤 아내와 함께 농사지으며 술과 자연을 벗 삼아 청빈하게 살았다. 사람들이 이들 부부를 보고 “남편은 앞에서 밭을 갈고 아내는 뒤에서 호미로 김을 맨다”[夫耕于前 妻鋤于後]고 말했다. 이 말을 줄인 경전서후는 서로 극진하게 도우며 일하는 부부를 뜻한다. 남사(南史) 도연명전 등에 나온다.

도연명은 문학사적으로 오언고시(五言古詩)의 서정성과 예술성을 최고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전원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시경 이래 농사를 읊은 시가 많았지만 그처럼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전원과 자연에 대한 감회를 진솔하고 핍진하게 읊은 시인은 없었다. 경전서후의 생활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다. 이후 전원과 이상향은 시인들에게 중요한 주제가 됐다.

그는 또 후세인들이 본받을 만한 모범적 인간상을 제시했다는 칭송을 받고 있다. 송나라 때의 소동파는 “내가 어찌 도연명의 시문만을 좋아하겠는가? 그 사람 됨됨이에서 진실로 느끼는 것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인품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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