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부터 지켜라" 계좌이동제 앞두고 분주한 은행들

입력 2015-05-2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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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시중 은행들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계좌이동제는 주거래 은행을 바꿀 경우 한 번 신청으로 기존 계좌에 딸려 있는 각종 공과금이나 카드대금, 급여 등 이체 항목까지 별도의 신청 없이 새 계좌로 자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제도.

고객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제도이지만 은행으로선 '고객 대이동'이 일어날 수 있어 큰 기회이자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기존 고객인 '집토끼'는 최대한 사수하면서 상대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해 각종 당근책을 내놓으며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벌써부터 과열 출혈 경쟁이 일어나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주거래 고객 혜택 '늘리기'

은행들은 그동안 '단골 손님'인데도 혜택제공 측면에서 다소 소홀했던 주거래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고객의 절반 정도가 주거래은행 변경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서울에 거주하는 만 25~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이 넘는 51.2%가 '3년 내 주거래 은행을 변경했거나 변경하고 싶어도 못했다'며 주거래 은행 변경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은행들의 대응 전략은 주로 각종 금리우대 상품을 내놓거나 우대 서비스 혜택을 늘리는 쪽이다. 최소한 기존 고객 만큼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의도다.

우리은행은 급여나 연금이체, 관리비 및 공과금, 우리카드 결제계좌 등 3개의 조건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면 월 최대 15회까지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주거래 통장과 주거래 카드, 주거래 신용대출 및 직장인 대출에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출시했다.

아울러 급여이체나 관리비 또는 공과금, 카드결제 중 두가지 이상을 이용하는 주거래 고객이면 기존 거래고객은 물론 신규고객에 대해 우대금리를 제공, 최고 연 2.15%까지 받을 수 있는 '스마트 주거래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은 전월 대비 평균 잔액을 유지하는 조건만 충족하면 최대 연 1.7%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수시입출금 상품 '마이플러스 통장'을 출시했다. 일별 잔액이 300만원 미만이면 연 0.1%의 금리에서 1000만원 이상이면 연 1.7%까지 금리가 적용된다.

하나-외환은행은 주거래 고객을 우대하는 신용 대출상품인 '프리미엄 주거래론'을 공동으로 내놨다. 공무원, 초·중·고교 교직원 및 은행 지정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상품인데 신규 고객이나 주거래 고객에는 우대금리 혜택을 주는게 특징이다.

우대 서비스를 늘리는 은행들도 있다. KB국민은행은 은행은 물론 카드, 증권, 생명 등 계열사 거래실적을 종합해 우대서비스를 제공하는 'KB스타클럽'을 운영 중이다. 거래 실적을 바탕으로 등급을 선정한 뒤 수수료 면제나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해주고 있다.

20~30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樂(락)star 클럽'도 주거래 고객 우대제도다. 樂star 고객으로 선정되면 공연초대권이나 영화예매권, 각종 상품권 등을 제공하는 'FUN(펀)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신한은행도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 금융투자, 생명 등 그룹 차원에서 이용실적 따라 금융 수수료 면제 등 우대 혜택을 주는 '탑스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태스크포스(TF) 꾸려 추가적인 대응방안을 모색 중이다.

◇은행들간 '출혈 경쟁' 우려도

그러나 은행들의 이러한 전략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 인센티브 제공 전략으로 은행 수익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경쟁 은행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 채 출혈 경쟁만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략연구실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계좌이동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고비용 인센티브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며 "하지만 계좌이동제는 일시적인게 아니라는 점에서 고객 관계 관리의 관점에서 중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수립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계좌이동제를 도입한 영국에서 실시한 Data Monitor의 조사결과 지난해 은행에 대한 고객 불만족도와 은행별 계좌이동 실적은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에서 여러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고객이라 하더라도 계좌이동을 막지 못했으며, 되레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채널 사용이 활발한 고객 중 계좌이동을 더 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 실장은 "일시적인 불편함이나 인센티브, 기존 은행에서 갖고 있던 거래관계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금융거래가 활발하고 금융지능이 높은 고객일 수록 계좌이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성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개인 고객별 금융 니즈를 면밀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혜택을 제공할 때 고객 유지가 가능하다"며 "고객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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