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업이 저유가라는 악재를 맞아 중동지역에서의 수주가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정부가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공사 발주에 소극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수주가 유력했던 70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신규 정유공장(NRP) 사업도 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작년 실적에 못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231억3426만7000달러로 지난해 동기(311억1993만8000달러) 대비 25.7% 감소했다.
이 가운데 중동의 수주 물량은 총 67억4197만9000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46억3672만8000달러)에 비해 72.6% 줄었다.
올해 해외건설 진출 50주년을 맞아 정부가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며 올해 초 대통령 중동 순방 등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계약 건수도 지난해 52건에서 올해는 23건으로 작년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올해 총 수주액 대비 비중 역시 29%로, 통상 중동 수주액이 전체 수주액의 70∼80%를 차지해온 것을 감안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이처럼 중동 수주물량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 이라크·알제리 등지에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이어졌던 것과 달리 올해는 중동 산유국들이 저유가 등을 이유로 발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발주 시점을 늦추거나 연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카타르 로열더치셸과 카타르석유공사가 추진하던 60억 달러 규모의 알카라나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가 수익성 문제로 취소됐고, 교량·터널 사업인 샤크 크로싱 프로젝트(60억 달러)는 발주가 연기됐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타누라 정유소 개발 프로젝트(20억 달러 규모)도 발주가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건설협회 측은 “발주 지연에는 발주처 내부 사정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저유가에 따른 수익성 문제도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규 사업 발주가 감소한 가운데 수주가 유력했던 62억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알주르 신규 정유공장(NRP)의 수주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 프로젝트는 쿠웨이트국영정유회사(KNPC)가 발주한 것으로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 중동 순방 당시 총 5개 패키지중 4곳에서 우리 건설사가 최저가 입찰사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수주가 임박한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최근 상급기관인 쿠웨이트 석유공사(KPC)가 투자비가 높다는 이유로 예산 책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시아와 중남미 수주 시장은 급성장했다.
현재까지 아시아지역의 총 수주액은 116억4502만5000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50%가량 상승했다. 올해 중동 수주액보다도 많은 것이다.
중남미 지역의 수주도 이달 현재까지 41억3355만4000달러로 지난해보다 258% 상승했다.
올해 중남미에서는 GS건설이 베네수엘라에서 26억1800만 달러 규모의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했고, 아시아에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우즈베키스탄(20억1000만 달러)과 투르크메니스탄(9억4000만 달러)에서 잇달아 대형 가스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시장은 중동에 비하면 절대 규모가 크지 않아 해외건설 수주 확대를 위해선 중동 시장의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건설업계에는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해외건설 수주액이 지난해(660억 달러) 수준은 물론 600억 달러 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유가로 발주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중동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연초보다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신규 발주가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