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메머드급 소송에…정부, ISD 초기 대응 실패 논란

입력 2015-05-26 08:49 수정 2015-05-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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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왕족 ‘만수르’의 회사가 우리나라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내면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밀실 대응으로 막대한 손해보상금을 물어내는 등 피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영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의 네덜란드 자회사인 ‘하노칼’은 최근 “1800여억원의 세금을 돌려달라”며 우리 정부를 국제중재에 공식 회부했다.

한국 정부가 ISD에 따른 국제중재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5조원 상당의 배상을 정부에 청구한 사례에 이어 두 번째다.

ISD에 패소하면 수조 원의 배상액을 국민 혈세에서 내어줘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잇따른 ISD에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중재 재판부의 비밀유지명령을 이유로 ISD 절차와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국민의 재판 참관마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소송 당사자가 영업비밀로 지정한 내용만 비공개되고 나머지는 공개할 수 있음에도 정부는 론스타가 영업비밀로 지정한 것이 있는지, 또 최근 마무리된 1차 심리에서 누가 증인으로 출석했는지도 알리지 않고 있다. 국제 단심제에 회부됐을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알리고 상대방과 중재판정부에 제출한 방어서면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미국과 캐나다 사례와 크게 대조적이다.

소송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정부의 밀실 행정으로 투명하고도 적기의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어 적절한 감시장치로 국부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외국인투자유치정책을 표방하고 있어 외국인투자자와의 분쟁발생 가능성은 증가하고 있다. ISD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항이기도 하지만, 한 국가의 조세· 사법권,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다.

이 때문에 ISD 사건이 국가의 중요한 공공정책과 관련됐는 만큼 중재 회부 전 화해를 통한 해결이 일원화된 예방ㆍ대응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ISD 예방ㆍ대응체제는 이원화되어 있다. ISD의 예방을 위한 기관으로는 외국인투자옴부즈만 사무소가 있고, ISD 대응 업무는 관계부처 TF와 분쟁대응단이 맡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캐나다, 파키스탄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은 ISD를 국가송무의 일환으로 보아 국가송무를 담당하는 기관에 일임하고 있다.

연세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ISD 예방을 담당하는 기관과 대응을 담당하는 기관의 유기적인 상호 협력을 보장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정부는 갈등 해소 및 분쟁 해결을 위한 단일창구를 마련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갈등이 분쟁으로 발전하는 것을 조기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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