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관계에 있던 남성에게 농약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이 1,2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45·여)씨에 대해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박씨는 2011년 큰아들의 졸업식에서 우연히 부인과 사별한 오모(사망)씨와 알게된 뒤 내연관계로 발전했다. 박씨는 이혼을 결심했고, 오씨는 박씨 명의로 집을 구입하고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를 박씨 명의로 이전하는 등 재혼을 준비했다.
하지만 박씨의 재혼은 쉽지 않았다. 오씨의 가족들은 박씨가 유부녀라는 점을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고, 이 과정에서 박씨는 오씨와 심하게 다투기도 했다.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며 별거 상태에 있던 박씨는 2013년 11월 오씨의 아들로부터 '변호사를 선임해 아파트를 찾아오겠다'는 통지를 받았다. 박씨는 '삶이 비참하다'며 오씨를 불러냈고,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이온음료병에 제초제를 타 오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박씨에게 살인혐의를 인정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박씨가 오씨를 살해했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온음료 병에 박씨의 지문이 묻어있지만, 농약병에서는 오씨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박씨가 농약을 미리 음료수병에 담았다가 마시게 했다고 추론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박씨가 아파트와 자동차를 돌려주지 않기 위해 오씨를 살해했다고 보기에는 오씨가 아닌 오씨의 아들이 이를 반환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제적 동기를 살해의 충분한 동기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