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가-삼성가' 맞손으로 복잡해진 셈법… 시내면세점 사업에 재벌가 7곳 참여

입력 2015-05-27 08:50 수정 2015-05-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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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종 마지막 노다지 시내면세점 티켓 두 장을 따내기 위해 무려 재벌가(家) 7곳이 뛰어든데다 '범 현대가'와 '삼성가'가 손을 맞잡으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관광산업 발전과 면세 사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촛점이 맞춰진 정부 허가 사업에 주요 재벌들이 격돌하면서 재벌가 한 곳에 몰아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시내면세점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곳은 총 8곳. 호텔신라와 신세계를 아우르는 범삼성가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의 범현대가, SK, 한화, 롯데 등이다. 이중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이부진 사장의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HDC신라로 인해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게 업계 주변의 얘기다. 오랜 경쟁자인 삼성가와 범 현대가가 뭉치면서 친척 사이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으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라는 것.

신세계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딸 이명희 회장이 오너로 있는 그룹이다. 실질적으로 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은 이건희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사촌지간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 역시 호텔신라와 손잡은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과 당숙-조카 사이다. 정몽규 회장의 아버지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정지선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동생이다.

이 때문에 업계 주변에서는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이 면세점 특허를 따냈을 경우,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사업능력 등과 무관하게 배제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관세청이 친척으로 묶인 특정 재벌가에게 황금알을 낳는 사업을 통째로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동대문과 여의도63빌딩을 각각 시내면세점 입지로 내세운 SK와 한화갤러리아 중 한 곳이 선정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반대로 신세계나 현대백화점 중 하나가 선정되면 HDC신라는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구도가 생긴다. 물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함께 특허를 따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재벌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관세청 로비설과 내정설이 이젠 나눠먹기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벌가 사이에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관세청이 재벌가 한 곳에 몰아주기 힘들 것이라는 ‘안배설’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라며 “나눠먹기식 선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우의 수도 그만큼 늘어났다”고 귀뜸했다.

이같은 잡음이 커지는 이유는 면세점 사업이 그동안 관세와 관련된 특혜사업으로 인식됐다는 데 있다.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기존 유통채널과의 경쟁을 통해 한국 유통산업 경쟁력을 높혀야 한다는 전제가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내면세점 선정이 나눠먹기식으로 진행될 경우 한국 관광산업 발전에 오히려 해를 끼칠 것이라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안승호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장 “면세점 사업은 관광 인프라와 연계해 지역상권 발전 등 전반적인 파급 효과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며 “특혜 사업이라는 인식 하에 점유율이 높은 회사를 견제하거나 재벌간 안배를 위한 선정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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