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디어 업계의 합종연횡이 연일 뜨겁다. 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미디어 업체간 인수합병(M&A)도 있지만 기술 업계와 미디어 업계의 융합도 있고 과거 질서를 뒤집는 전복(顚覆)의 현장이 목도되고 있다.
한 번 업계에 들어가면 퇴출도 흡수합병도 되지 않는 한국 미디어의 상황은 이에 비하면 매우 정적이다.
◇ 복스 미디어의 급부상..리코드도 인수
복스 미디어(Vox Media). 국내엔 낯설지 몰라도 미국에선 단연 `뜨는` 미디어다.
복스 미디어 산하엔 기술 분야 미디어 더 버지(The Verge), 스포츠 블로그 네트워크 SB네이션, 음식 관련 미디어 이터(Eater) 등 7개 온라인 미디어가 있다. 여기에 기술 전문 미디어 리코드(ReCode)도 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이 소식을 전했다.
리코드는 정보기술(IT) 전문 기자 월터 모스버그와 카라 스위셔가 월스트리트저널(WSJ) 산하에서 운영했던 올씽즈디지털을 분사한 것으로 스타 기자들의 활약과 다수의 특종 등에도 불구하고 방문자를 크게 모으지 못해 고전해 왔다. NYT에 따르면 리코드는 정직원 44명, 계약직원 3명으로 구성돼 있었고 컴스코어에 따르면 월 순방문자수는 150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복스 미디어의 미국 내 순방문자수는 5320만명에 달한다. 더 버지만으로도 1200만명 가까이를 끌어들이고 있다.
더 버지와 리코드는 그럼 합병될 것인가. 아직은 어떠한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더 버지의 편집장 닐레이 파텔은 “더 버지는 경제와 산업만을 담당하는 매체는 명백히 아니며 오히려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매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버가 16억달러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는 소식도 실리지만 ‘어떻게 내 여자친구와 내가 애플워치를 통해 관계를 강화하려고 애썼는가’ 같은 기사도 실린다는 것. 리코드가 기술 업계에서 발생되는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고 기업 실적이나 경영진의 동향 등을 보도해 온 것과는 보도 범위나 범주가 조금 다르다. 리코드가 계속해 온 기술 업계 컨퍼런스 개최는 자리를 옮겨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짐 뱅코프 복스 미디어 최고경영자(CEO)가 꿈꾸고 있는 건 복스 미디어가 디지털 시대의 타임사처럼 되는 것. 특히 지난해 4월 온라인 뉴스 미디어 복스를 출범시킨 것이 가장 상징적이었다. 복스 출범의 주인공은 워싱턴포스트(WP) 정치부 기자이자 블로거였던 에즈라 클라인. 그가 합류하면서 복스에는 투자사 제너럴 애틀랙틱이 465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를 통해 회사는 약 4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아 세간의 관심을 샀다. 에즈라 클라인이 몸담았던 WP를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사재를 털어 샀을 때 인정한 가치는 2억5000만달러였다는 걸 감안하면 얼마나 높이 가치가 매겨졌는지 알 수 있다.
◇ 콘텐츠 확보에 열올리는 기술 공룡들.. 플립보드에 입질
그런가 하면 뉴스리더 애플리케이션, 혹은 디지털 매거진 업체라 할 수 있는 플립보드(Flipbaoard)에는 기술 공룡들이 입질 중이다. 플립보드도 넓은 의미에서는 미디어로 볼 수 있다.
26일 WSJ에 따르면 구글과 야후가 모두 플립보드측과 협상 초기 단계다. 트위터 역시 수개월 전부터 입질을 했고 제시한 규모가 10억달러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기술 공룡들이 왜 이 업체에 이렇게 매달릴까. 바로 자신의 고객이 될 수 있는 사용자들이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나 스냅챗 등도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제휴에 바쁘다.
특히 ‘디지털 매거진’ 만들기에 관심이 남다른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가 들이는 공이 상당하다는 후문. 메이어는 ‘야후 테크’ ‘야후 스타일’ 등의 콘텐츠 사이트와 뉴스 사이트를 키워 분사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2013년 11억달러나 되는 돈을 주고 텀블러를 사들이는 등 거대 SNS를 잡아 콘텐츠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입장인데 여기에 플립보드는 맞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