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 소식으로 삼성가 3남매의 주식 자산이 이틀 새 2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36조원에 육박한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순위 2위 자리를 예약해 놓은 셈이다.
28일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상장주식 가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발표 전 거래일인 22일보다 1조9천116억원 늘어났다.
이재용 부회장의 상장주식 가치는 9조7천271억원으로 합병 발표 전 거래일보다 1조1천296억원(13.1%) 증가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상장주식 평가액도 각각 2조9천6억원으로, 이틀 만에 3천910억원(15.6%)씩 늘어났다.
다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관장의 상장주식 가치는 각각 12조3천314억원과 1조4천232억원으로 이틀 새 각각 308억원(0.2%)과 390억원(2.7%) 줄어들었다.
이건희 회장 가족이 보유한 상장주식 자산은 이틀 새 1조8천413억원(1.53%) 늘어난 29조2천93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승계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주식 자산이 1년 전의 8배로 커졌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과 부친인 이건희 회장 간 보유 상장주식 가치의 격차는 2조6천43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26일 합병을 발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이틀간 각각 18.29%, 16.3% 올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시가총액도 총 35조9천810억원으로 이틀 전보다 5조2천697억원 증가했다. 합병 법인이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시가총액 순위는 1위 삼성전자에 이어 2위에 오르게 된다.
증시 안팎에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따른 이익은 이재용 부회장 3남매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가고,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가치 창출 효과가 생길지는 다소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은 그룹 내 사업 재편 측면보다 삼성그룹 3세의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과대평가된 제일모직과 과소평가된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큰 불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3세로의 승계를 위한 재편이 사업 측면에서도 효율적인지 더욱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도 이번 합병이 일반 주주의 보유 주식 가치와 회사의 합병 가치를 끌어올려줄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합병기일 전까지 두 회사의 주식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나, 현 시점에서 지배구조 프리미엄을 뺀 제일모직의 적정가치와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정확히 계산해 내기 어려워 합병가치 산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선 제일모직과 합병 비율이 불만족스럽더라도 합병 반대표를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며 "일반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이익을 얻기 어렵고, 합병 무산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국내 기관과 일반 주주들이 당장 합병 반대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백재열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부장은 "두 회사가 내놓은 성장 목표 방안이 합병 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인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물산 주가는 오르다 합병 후 하락할 수 있으나, 그룹의 중심축이 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미래 자산가치를 볼 때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