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파워에 대한 신냉전 당사국들의 구애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바로 인도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던 지난 16일(현지시간) 상하이에서는 220억 달러(약 24조원)에 달하는 중국-인도 경제협력 협정이 체결됐다. 또 모디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고향인 시안에서 시 주석과 회동하고 베이징에서는 리커창 총리를 만나는 등 중국 측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50여 년간의 국경분쟁으로 여전히 껄끄러운 사이이지만 양국 모두 실리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인도를 방문해 40억 달러 투자 약속을 하는가 하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모디 총리를 ‘2015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꼽자 직접 모디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인도의 개혁 사령관’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인도가 주요 2개국(G2:미국ㆍ중국)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11월 동아시아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동방정책(Act East Policy)’을 천명했으며 이에 따라 동아시아의 핵심국가인 일본과 한국, 베트남, 호주 등과 더욱 돈독한 관계 맺기에 나서고 있다. 모디 총리가 이달 중국에 이어 몽골과 한국을 방문한 것도 ‘동방정책’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의 미래’ 회의에서 “2016~2020년 아시아에 대한 인프라 대출을 1100억 달러로, 그 이전 5년간보다 30%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미국과 더불어 대주주인 아시아개발은행(ADB)과의 제휴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아베 총리는 전했다. 일본 국제협력기구(JCIA)와 ADB가 공동으로 투자할 만한 아시아 민간기업을 찾아 융자도 같이 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ADB를 핵심으로 한 일본의 자금 지원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강하게 의식한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직접적으로 중국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투자 규모뿐 아니라 환경과 인재육성을 배려한 ‘질 높은 투자’가 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중국과의 차별화를 꾀했다”고 분석했다.
아베가 지난달 말 8일간 미국을 방문하면서 국빈방문은 아니지만 사실상 그에 준하는 최고 수준의 의전과 대접을 받은 것도 일본의 중국 견제에 대한 미국 측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