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두 맹주이자 석유수출국기구(OECD) 내에서도 지분 1·2위인 사우디와 이란의 냉전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멘은 전 세계 산유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에도 못 미치지만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와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바다로는 세계 4위 해상 물동량을 차지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있다. 이란이 이 해협을 장악하면 사우디의 석유가 수에즈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길을 봉쇄할 수 있다.
싱가포르 컨설팅업체 바우트레인의 존 바우트레인 대표는 “중요한 것은 예멘이 아니라 사우디에서 수출하는 막대한 양의 원유”라며 “이란은 장기적으로 예멘을 통한 석유공급망 붕괴에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사실상 사우디와 이라크를 통제하기를 바란다”며 “이에 따라 (예멘에서) 일종의 대리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부상에 모순되게도 이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아파 정권 축출에 나섰던 반군이 IS 대두로 분열되면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생명줄을 연장하게 됐다. 이란은 레바논의 헤즈볼라에서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 이라크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 정부에 이르기까지 ‘시아파 벨트’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 타결에 임박하는 등 화해 모드에 들어선 것도 사우디의 강경 자세를 부추겨 중동의 냉전을 심화시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 6개국 정상들에게 이달 초 정상회담을 제안했으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바레인 등 4개국 국왕이 불참해 체면을 잃었다. 이란과의 핵협상에 뿔난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이 불참을 주도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했다. 사우디는 또 파키스탄의 재고 핵무기 매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협상이 타결하면 이에 발끈한 사우디가 핵무장에 나서는 등 파장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