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 (FIFA) 간부들의 뇌물 수수 스캔들로 인해 FIFA의 후원사 중 독일 스포츠 용품업체 아디다스가 가장 심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IFA의 후원사에는 코카콜라와 에미레이트항공, 현대자동차, 소니, 비자 등이 있지만 스포츠 용품업체는 아디다스 뿐이다. 이는 아디다스와 FIFA와의 관계가 남다르다는 방증이다.
WSJ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1970년 이후 월드컵의 모든 경기에 공을 제공해온 것은 물론, 해변축구 월드컵과 여자축구 월드컵 등 FIFA의 다른 이벤트도 지원하고 있다. 2013년에는 FIFA와 후원계약을 연장하고 2030년까지 월드컵에 공을 납품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디다스는 FIFA의 뇌물 스캔들이 터지자 바로 거리를 뒀다. 아디다스는 스위스 수사 당국이 지난 27일 FIFA 직원 7명을 체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FIFA에 대해 “최고 수준의 윤리 및 규정 준수'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러한 기준을 앞으로도 지켜달라”는 성명을 냈다.
이에 대해 런던 소재 메인퍼스트은행의 존 가이 애널리스트는 WSJ에 “아디다스는 FIFA의 이번 스캔들을 규탄해야 할 것이고,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라며 앞으로 양측의 관계에 복선을 암시했다.
아디다스와 FIFA의 관계는 아디다스의 창업자인 아디 다슬러의 아들 호스트 다슬러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스트는 스포츠 브랜드 마케팅에 일찍부터 주목, 1956년 올림픽 출전 선수들에게 아디다스 제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1982년 호스트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인터내셔널 스포츠 앤 레저(ISL)를 스위스 기업으로서 공동 설립,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권을 확보하고 그것을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ISL은 얼마 지나지 않아 FIFA 축구의 모든 권리에 관한 주요 파트너 자리에 올랐다.
아디다스의 전 임원은 “FIFA는 1970년대 호스트의 지원에 힘입어 파국을 면했다”며 “호스트가 없었다면 FIFA는 현재와 같은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ISL은 2001년 채무 과다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호스트 다슬러는 1987년에 사망했지만 ‘FIFA 마피아’라는 저서를 내놓은 독일 저널리스트 토머스 키스트너는 “FIFA 간부에 대한 호스트의 영향력은 지금도 남아 있다”며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호스트로부터 총애를 받았다. 그는 호스트에 의해 회장에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블래터가 17년간 FIFA 회장직에 머물 수 있었던 것도 호스트와의 커넥션 덕분이었다는 것.
FIFA 윤리위원회는 2013년 ISL이 1992년부터 2000년 5월까지 FIFA 간부에게 거액의 뇌물을 지불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아디다스는 미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0년 전에는 세계 최대인 미국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 자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키와 언더아머 등 미국 기업들에 밀렸다.
아디다스는 유럽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와 바이에른뮌헨 등의 축구팀 및 몇몇 국가대표팀과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바이에른 뮌헨은 주식의 8.33%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