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로 떠받치는 소비 문제 많아

입력 2015-06-02 09:12 수정 2015-06-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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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는 가운데 빚을 내 소비를 부추기는 미봉책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가계 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해 부채에 의해 소비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일 “역설적으로 지금까지는 가계부채가 늘어나 소비가 어느 정도 유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가계부채를 늘려 생계형 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0.5%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0.8%를 기록한 뒤 6개월째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수출은 둔화하고 있다. 생산과 투자 회복세도 지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비 개선세가 이어지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유통업체들의 매출도 더디지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 인식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5로, 4월(104)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4년 평균치를 기준(100)으로 해서 이보다 높으면 소비자 심리가 낙관적이고, 반대인 경우는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 증가세가 가계 부채 증가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대비 163%를 기록해 ‘7대 가계부채 위험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GDP(명목) 대비 가계부채의 비중은 2006년 59.58%에서 지난해 69.31%로 증가했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생활비 마련을 위한 ‘생계형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주택 매매 거래량과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여 가계부채의 확대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정부는 가계부채의 규모는 관리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단언하지만, 부채의 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전무하고, 가계 빚 줄이기에 손을 놓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거나 금리가 인상된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과 실물경제의 부실로 이어져 불황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가계부채를 둘러싼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면서 “대외여건이 악화할 경우 국가경제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우리나라도 자본 유출을 우려해 결국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고 저금리 기조에서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의 폭발력을 배가 돼 파장이 심각할 수 있다.

최근 세계경제 불안과 엔저현상을 수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소비까지 위축되면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연구실장은 “인위적인 저금리로 발생하는 자본재에 대한 과잉소비와 과오투자의 결과가 대공황”이라며 “가계 부실대출 정리, 공공부문 개혁, 노동시장 개혁, 복지제도의 재구조화 등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때 내수가 살아나고 생산성이 향상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 총수요-총공급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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