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자 수가 2명으로 늘었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도 ‘파랗게’ 질렸다. 관광객 감소가 예상되는 여행사, 카지노 등 관광주를 비롯해 화장품, 유통 회사들의 주가마저 맥을 못추고 있다. 반면 백신주는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해 대조를 이룬다.
전일 코스피지수는 지난 1일보다 23.73포인트 내린 2078.64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10.96포인트 하락한 704.77로 마쳤다.
수출 감소로 지수가 1% 넘게 빠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메르스 확산 우려가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메르스 확산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국내 관광시장이었다. 한국관광공사는 전일 기준 약 2500명의 해외 관광객이 예약을 취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대표 여행주인 하나투어는 8.87% 하락한 11만3000원을 기록했다. 모두투어 -8.51%, 인터파크 -7.74%, 롯데관광개발 -4.48% 등 여행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메르스 확진 감염자는 지난달 20일 처음 발생했다.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2주만에 감염자 수는 30명으로 늘며 사망자 2명, 3차 감염자는 3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주변국도 방역을 강화하자 여행주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행사에 이어 항공사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티웨이홀딩스는 지난달 28일부터 내리 하락세를 보였고 급기야 전일 8.22% 급락했다. AK홀딩스 역시 7.41%나 빠졌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각각 -0.91%, 0.64% 떨어졌으나 4일 연속 주가가 하락 중이다.
중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카지노 관련주인 파라다이스 -7.06%, GKL -4.92%, 강원랜드 -2.90%도 모두 하락했다.
메르스 공포는 유통과 건설업계로까지 퍼졌다. 중국 내수주로 꼽히는 화장품주가 대표적이다. 에이블씨엔씨 -7.48%, 한국콜마 -7.17%, LG생활건강 -6.29%, 코스맥스비티아이 -4.57%, 아모레퍼시픽 -4.52% 등이 하락했으며 한국화장품은 하한가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에 진출한 국내 건설업계도 메르스 영향을 피하지 못 했다. 현재 국내기업의 해외 건설공사 70% 이상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GS건설은 3.67%, 대우건설은 2.11%, 현대건설은 1.92% 하락했다. 장외에서 거래중인 SK건설의 경우 11.89%나 급락했다.
반면 백신주는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는 소식만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자극되는 모습이다.
백신 개발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 측이 지난달 27일 “관계사인 이노비오와 함께 메르스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DNA 백신을 개발하기로 하고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다.
제일바이오, 파루, 이-글벳 역시 이번주 내내 상한가 행진중이다. 연구용 메르스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바이오니아, 마스크 관련주인 오공과 케이엠도 3일 연속 상한가로 치솟았으며, 의료용 장갑을 생산하는 유니더스는 2일 연속 상한가를 보였다.
증권업계에서는 메르스 관련주의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백신주로 분류된 업체들은 대부분 축산업과 관련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제일바이오, 이-글벳, 대한뉴팜 등은 동물의약품으로 잘 알려진 기업”이라며 “아직 메르스 치료제는 세계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상태인데, 단지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은 누가 봐도 투기가 목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