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함께 기소된 김모 전 인천제강소장이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 부장판사)는 3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장 회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소장은 장 회장의 횡령 혐의 액수 208억원 중 88억원과 관련된 인물이다. 김 전 소장은 장 회장이 2005년부터 최근까지 인천제강소에서 생산한 파철을 거래자료 없이 판매한 뒤 거둔 수익을 빼돌리는 게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김 전 소장 측 변호인은 "공소장에 나온 사실 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법리적인 부분은 다툴 부분이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첫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변호인 간 특별한 의견교환 없이 공소사실을 요약·정리하는 정도로 마무리됐다.
검찰이 장 회장의 혐의 내용을 낭독하자 변호인 측은 "2만 페이지 정도 되는 기록을 아직 입수하지 못했다"며 "기록 복사가 다음주 초에나 가능하다고 하니,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과 증거에 대한 인정여부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따라서 본격적인 법리공방은 차후 2~3차례 기일이 더 진행된 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 증거목록은 1690여개로, 그 중 400여개가 장 회장에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26일 오후 2시로 잡았다.
한편 황토색 반팔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장 회장은 피고인석에서 돋보기 안경을 쓰고 굳은 표정으로 변호인의 기록을 검토하면서 변호인와 한참동안 대화를 주고 받기도 했다.
장 회장의 변호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맡고 있다. 김앤장은 이번 사건에 검찰출신 4명,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1명의 변호사를 투입했다. 이병석 변호사는 대검 중수부에 근무하면서 2002년 대선자금 수사, 공적자금 비리 수사 등을 맡았던 화이트칼라 범죄 전문가다. 검찰 출신으로 정부합동 의약품리베이트 전담수사반 전담검사였던 강동근 변호사도 장 회장을 변호하고 있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 해외 법인 등을 통해 조성한 자금 208억원 중 일부를 빼돌려 해외 도박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