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시가총액 3조원 증발…세 가지 원인은?

입력 2015-06-03 15:58 수정 2015-06-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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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장기화 진입에 신차 부재 및 제품경쟁력 약화, 외국인 투자자도 이탈

▲현대차의 PYL 브랜드. 왼쪽부터 i30, 벨로스터, i40. (사진제공= 현대차)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였다. 하루 거래 만에 시가총액 3조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엔저를 포함한 환율 △제품 경쟁력 약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3일 현대차는 전날보다 3000원(-2.17%) 하락한 13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가 전날 급락(–10.4%)에 이어 –2.17% 하락하는 동안 기아차 역시 이틀 사이 –4.1%와 –0.88% 하락세를 이었다.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증권가는 좀더 냉철한 시각으로 현대차 주가하락을 분석하고 있다. 이제껏 장미빛 전략과 중국시장 집중화로 인한 신흥국 부진 등이 예고됐었다는 풀이도 나온다.

◇한전부지 인수 발표만큼 충격적인 5월 판매실적=전날 현대차 주가는 이례적으로 10% 이상 하락했다. 2011년 8월 이후 약 4년 만의 일이다.

단 하루만에 시가총액 30조원이 증발한 셈이다. 지난해 9월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이 발표됐을 때에도 하루 10% 급락세는 없었다. 이처럼 5월 실적은 단순한 월간 경영실적을 넘어서 장기적인 판매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던졌다. 그만큼 현재 시점과 판매추이는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날 주가 급락은 앞서 발표된 5월 판매실적 탓이 컸다. 현대차의 5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4% 감소했다. 국내(-8.2%), 해외(-6.1%)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기아차는 내수 판매가 10.4% 증가했지만, 해외 판매가 7.0% 줄어 전체 판매량은 전년대비 4.6% 감소했다. 내수 판매 증가는 독점시장을 누리고 있는 다인승 승합차 신형 카니발의 신차효과 덕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은 기아차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5월 실적부진과 관련해 “조업일수 감소와 신차모멘텀 부재로 전년 대비 판매가 줄었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표면적인 원인일 뿐이라는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연간 실적도 아닌 월간 판매실적이었다. 또 그 실적이 아무리 저조해도 글로벌 5위권 종합 자동차회사의 시가총액이 하루새 10% 하락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오늘날 포드의 몰락을 가져온 대규모 리콜 사태, 일본 메이커가 동일본 대지진 사태를 겪었던 것에 맞먹는 여파다. 심각성을 인식한 증권사들도 서둘러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 중이다.

(사진=현대차)

◇엔저 공습에 브라질 포함 신흥국 환율에 타격=가장 먼저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의 상실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달러대비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달러대비 원화는 6개월째 1100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자연스레 경쟁구도에 있는 일본 메이커가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마련이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너무 가격을 올렸다는 풀이도 나온다. 현대차는 2012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제값받기에 나섰다. 이미 글로벌 수준에 오른 품질을 앞세워 할인율을 크게 줄였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으로 인센티브를 축소한 것. 여기에는 값싼 한국차의 인식을 줄이기 위한 전략도 담겨있었다. 그만큼 자신감도 넘쳤다.

반면 당시 호평을 받았던 전략들이 결과적으로 오늘의 현대차를 만든 셈이라는 주장도 속속 이어진다. 너무 빠른 제값받기 정책이 결국 시기상조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연말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인센티브를 확대했다. 지난 5월과 6월에는 내수 판매를 증진시키기 위해 36개월 무이자 카드까지 꺼냈다. 그러나 시기가 너무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브라질 환율 악화도 적잖은 영향이었다. 지역에 따라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도 생겼다. 시장 점유율을 끌고 가야하는 부담 탓에 손해를 감수하고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이마저도 장기화된다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본격적인 신차 보릿고개 돌입=신차 모멘텀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회사는 통상 7년을 주기로 새차를 내놓는다. 매 7년마다 풀모델 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이면서 경쟁한다.

현대차는 이 부분에서 야심차게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경쟁이 치열한 준중형차와 중형차 시장에서 제품 개발주기를 5년으로 단축시킨 것. 실예로 현대차는 1990년(엘란트라)-1995년(아반떼J2)-2000년(아반떼XD)-2005년(아반떼HD)-2010년(아반떼MD)를 출시했다. 이 5년 룰에 따라 2015년 하반기 신형 아반떼(코드네임AD) 출시를 준비 중이다. 쏘나타 역시 개발주기를 단축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의 '올 뉴 투싼'이 지난 4월 열린 상하이 모터쇼에 전시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2008년 리먼쇼크 이후 급성장한 기아차의 경우 전체 승용차 라인업을 K시리즈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신차 효과를 톡톡하게 누렸다. 현대차의 검증된 플랫폼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화끈하게 바꾸면서 K2(수출형)부터 K9까지 새로운 라인업을 꾸렸다.

빠르게 변화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발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 가운데 하나다.

이런 상황에 현대차는 당분간 신차 보릿고개를 넘겨야 한다. 지난해 선보인 LF쏘나타의 신차효과가 예상 밖으로 일찍 끝났고, 잘 나가던 SUV 라인업 역시 투싼ix를 제외하면 시들한 상태. 판매 저하 상황은 국내외 시장에서 아반떼가 얼마나 성공하느냐에 따라 역전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차 부재로 인한 기저효과는 당분간 현대차 주가 그래프로 고스란히 드러날 전망이다.

◇현대차 떠나는 외국인…모비스 기아차도 우려=현대차를 등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는 더 큰 문제다. 현대차 주가의 급락 속에는 외국인의 '투매'가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과 1년 6개월 전인 2013년 연말 27만 원 대를 넘나들었던 현대차 주가는 꾸준한 시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현재 1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외국인 순매도가 폭을 확대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는 지난해 9월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서 촉발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부족이 신호탄이 됐다. 이후 급락세를 이어온 장세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차의 실적 하락을 이미 외국인은 해외 현지에서 직접 체감하고 있고 하나둘 현대차를 등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격 정책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물가상승률 또는 GDP 성장과 관계없이 꾸준히 차 가격을 올렸다. 결국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속속 현대차를 빠져나와 수입차로 이동하는 고객이 늘어났다. 한때 80%(기아차 포함)를 기록하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이미 60%대로 내려앉았고 더 하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외국인은 3일 하루 동안 총 605억5000만원의 현대차 주식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1위는 역시 현대차였다.

박인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현대차그룹의 근본적인 판매 경쟁력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는 국면이다"며 “특히 거대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시장 상품 전략과 판매 계획 등을 재검토해야할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측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의 위기, 글로벌 경쟁사들의 전열 재정비 등으로 수익성 저조가 불가피한 상황은 맞다. 특히 환율 문제(엔화/유로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장기화 가능성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며 "그러나 과거에 비해 글로벌 생산 포트폴리오가 좋아져서 환율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고, 제품과 브랜드, 재무 등 측면에서 과거와는 다른 펀더멘털을 보유하고 있어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현대자동차의 '에쿠스'(사진제공=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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