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릴까요?” 스폰서에게 접대받은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스폰서 검사 주양(류승범)이 묻는다. 검찰 수뇌부에 있던 장인이 말한다. “연예인 마약 사건이 하나 있다. 그게 터지면 얘기가 묻혀서 잘 풀릴 거다. 걱정하지 말고 어깨 펴고 다녀!”
미국 국적 취득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유승준이 최근 인터넷 방송을 통해 군 문제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했다. 방송 직후 유승준에 대해 상상을 초월하는 비판이 쏟아졌다. 13년이 지났어도 비판의 강도는 여전하다. 황교안 국무총리후보자의 두드러기(만성담마진)로 인한 군 면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황교안 총리 후보자의 병역면제에 대한 관심과 비판은 유승준의 그것에 비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유승준과 황교안 총리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비판 차이를 체감하며 생뚱맞게 영화 ‘부당거래’의 마지막 장면이 스친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월 23일 페이스북에 “가수 유승준의 병역 문제에 대한 관심의 반만이라도 법무부 장관이자 총리 후보인 황교안의 병역 문제에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페이스북에 “우리 총리, 총리 후보 중에서 군대 안 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연예인에 대한 기준이 총리보다 더 까다로울까”라고 항변했다. 심지어 ‘디펜스21플러스’ 김종대 편집장은 칼럼을 통해 “(유승준과)같은 잣대를 황교안 국무총리후보자에게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유승준은 안 되는데, 왜 황교안은 되느냐는 의문에 답을 듣고자 한다”고 일갈했다.
연예인과 공무원, 정치인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잘못과 불법, 문제에 대해 우리는 왜 정치인과 공무원보다 연예인에게 더 엄격한 것일까. 언행에서부터 철학, 종교, 업무수행능력까지 국민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총리, 장관을 포함한 공무원은 어느 직종보다 엄격한 도덕적, 법적 잣대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유승준 같은 연예인에 대해서는 철저한 법적, 도덕적 척도로 재단해 엄청난 비판을 가한다. 연예인에 대한 비판은 유효기간도 없다.
반면 불법과 의혹의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해 국민의 시선은 관대하기만 하다. 국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과 문제가 발생할 때 연예인 사건이 터지면 묻혀버리는 비정상의 경우가 이제 일상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국민의 관심 방향과 강도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영화 ‘부당거래’처럼 이제는 연예인 사건이 국정의 잘못이나 정치인, 관료들의 비리를 눈감게 하는 국면전환용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물론 스타나 연예인은 대중 특히 청소년들의 사회화의 대리자(Agent)역할을 하는 것을 비롯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마돈나 같은 연예인은 설득력과 영향력이 매우 커 공인의 범주에 들어간다”라는 미국의 존 딘 변호사의 주장을 감안하고, “우리 사회와 대중에게는 스타나 연예인들이 귀감이 되고 도덕적 내레이터 모델이 돼야 한다는 조작적 당위성이 강하게 존재 한다”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교수의 지적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연예인의 잘못과 문제에 대한 대중의 비판은 과도한 부분이 있다.
정작 더 엄격해야 할 장관, 총리 등 공무원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의 비리와 의혹, 불법에 대한 국민의 비판은 무디고 관심은 저조한 편이다. 이러한 태도 때문에 비리와 부패의 정치인이 활개를 치고 문제가 있는 공무원들이 승승장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문제 있는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무비판이 초래한 결과다. 문제의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무비판이 불러온 결과는 국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엄격한 비판과 검증의 10분 1만이라도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향한다면 현재보다 훨씬 깨끗한 공직사회와 국회가 될 것이다. 이제 연예인에 향했던 철저한 비판과 검증의 잣대를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들이대자. 국민은 두드러기(만성담마진)로 군 면제를 받은 스타가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